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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수파 Oct 30. 2019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슬픈 짝사랑

<뷰티풀 보이> 2018


'데이빗(스티브 카렐)'에게 재능많고 매력적인 아들 '(티모시 샬라메)'은 삶의 기쁨 중 하나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닉은 물 대신 방에만 틀어박히고, 대학에 가는 대신 마약에 빠지기 시작한다. 재활원이나 대학교를 들어갈때마다 나아지는가 싶다가도, 어김없이 집을 뛰쳐나가 거리의 약쟁이가 되기를 반복하는 닉. 결국 데이빗 앞엔 순수하고 사랑스러웠던 아들 대신, 거짓말을 일삼는 마약중독자만이 앉아있을 뿐이다. 데이빗은 그런 닉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복용하는 마약을 조사해보고, 10대 마약중독자를 만나보고, 급기야 코카인까지 해보지만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닉의 마음은 멀기만 하다. 과연 데이빗은 사랑하는 아들을 되찾을 수 있을까.


가출 청소년들을 위해 썼다던 서태지의 '컴백홈'이 떠오르는 이 영화는 '데이비드 셰프'가 실제 경험을 저술한 『Beautiful Boy: A Father's Journey Through His Son's Addiction』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데이비드 셰프는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인터뷰로 유명한 기자로, 그래서 제목을 존 레논의 노래 'Beautiful Boy'에서 따왔다고 한다. 또한 마약중독의 경험을 담은 <캔디>의 원작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던 '루크 데이비스'가 이 영화의 각본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필연적으로 <찰리 되기>, <벤 이즈 백>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10대 마약중독자 소년이 주인공이라는 점 때문인데, 그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버지'의 존재다. <찰리 되기>는 실제 아들이 마약중독에 걸린 경험이 있는 로브 라이너 감독이 연출했고, <벤 이즈 백>은 '루카스 헤지스'가 주연을 맡고 그의 아버지가 연출을 맡았으며, <뷰티풀 보이> 역시 실제 아버지의 수기를 담아낸 영화니 말이다. 그러나 정작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들은 상당히 다르다. 재활원을 탈출한 주인공의 여정에 집중하는 <찰리 되기>와 달리 나머지 두 편은 마약에 중독된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벤 이즈 백>은 과거 설명 없이 단 몇일을 비추는 반면 <뷰티풀 보이>는 데이빗과 닉의 지난한 여정을 꼼꼼히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 편이 겹치는 소재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뷰티풀 보이>는 데이빗의 수기를 바탕으로 한 만큼 무너져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을 진하게 담아내지만, 그렇다고 그의 시점과 심리를 담아내는데만 그치지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에 닉을 놓지 않는 '비키(에이미 라이언)'와, 눈물을 흘리며 닉의 자동차를 쫓아가는 '캐런(마우라 티어니)'의 모습을 통해 친엄마이건 새엄마이건 상관없이 부모의 마음은 같다는걸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비행기를 타고 부모의 집을 오가고, 아빠의 결혼식을 지켜봐야 했던 닉의 과거를 통해 그가 마약으로 끊임없이 채우려하는 결핍과 공허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비추고 있단 점도 마음에 든다. 모든 행동을 부모의 탓으로 돌리거나 합리화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혼이 흔한 서양에서도 가정의 붕괴는 아이에게 적지 않은 충격임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으니 말이다.



대학에 가고 싶다는 아들의 전화에 남몰래 미소지을 때, 아들의 얼굴을 멀리서 지켜볼 때, 도망친 아들을 찾기위해 도시를 헤맬 때, 무너져가는 아들의 모습을 그저 바라만 봐야할 때…. <뷰티풀 보이>는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지독한 짝사랑인지, 그걸 무너뜨릴 정도로 마약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느끼게 만드는 영화다. 주연을 맡은 '스티브 카렐'은 <빅쇼트><빌리 진 킹>에서 화려하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펼쳤던 때와 달리, 아들을 고통스럽게 지켜보는 아버지 역할에 맡게 묵묵하고 담담한 연기를 보여준다. '티모시 샬라메' 역시 본인 특유의 퇴폐적이고 우울한 분위기를 극대화시켜, 매력적이지만 신경질적인 닉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마약 하나가 한 인간의 삶 뿐 아니라 부모, 그를 둘러싼 모든 이들을 어떤 고통에 놓이게 하는지 잘 담아낸 영화다.


ps: 극중 등장하는 시규어 로스의 음악.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바닐라 스카이>의 OST로 잘 알려져 있지만, <뷰티풀 보이>에도 무척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 https://youtu.be/rtemrZ7-pj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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