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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두 아줌마 Feb 12. 2021

프리다 칼로,
그녀의 마지막 작품 <인생, 만세>

삶을 향한 찬가


너와 내가 아닌 나와 나 밖의 내가 존재할 뿐인 세상에서, 

살아있음에 대한 찬사와 같은 한 끼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다.

                                                 by 임지호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     



‘살아있음에 대한 찬사’라...

문득 가슴이 먹먹해졌다.

살아있다는 것이 찬사를 받을만한 일인가.     


그렇게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기쁜 적도 있었고 행복한 적도 있었지만, 그게

내가 살아있음에 ‘찬사’를 보낼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난 살아있음이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그러다 발견했다.

멕시코의 대가, 프리다 칼로가 죽기 8일 전 완성했다는, 

그녀 생애 마지막 작품,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유년 시절 앓았던 소아마비,

18살에 당한 교통사고,

그 후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투병 생활,

사랑하던 디에고와의 결혼 및 이혼, 

1년 후 다시 재결합,

디에고의 끝없는 여성 편력, 

35회의 수술,

3번의 유산,

오른쪽 다리 절단.     


그러나, 고통과 절망 속에 몸부림치며 살았을 것 같은 

초현실주의 대가의 마지막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단순해 보이는 ‘수박 정물화’였다.

그녀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참으로 다양한 모양의 수박들이다.

반으로 잘린 수박, 조각이 떨어져 나간 수박, 삐죽삐죽 잘린 수박, 수박 조각들까지. 

중요한 건, 수박들이 모여 캔버스를 꽉 채우고 있다는 거다.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고 마음이 풍성해지는 것 같다.     


사실, 수박의 색 조합은 그야말로 예술 그 자체다.

‘자연의 색’이라 일컬어지는 푸릇푸릇한 풀빛 껍질을 자르면 

선명한 선홍빛 속살이 넘치도록 흘러나와 우리 눈 속을 황홀하게 채운다.

죽은 고기의 검붉은 색깔과는 확연하게 다른, 

신선함과 생명력이 충만한 건강하고 발랄한 빨강이다.     


자르는 건 또 어떤가.

잘 익은 수박은 칼만 살짝 갖다 대도 쩌억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

멕시코에서는 힘이 세거나 약하거나, 돈이 많으나 적으나 

누구나 즐길 수 있으니, 가히 신이 내린 음식이라 했을 것 같다.


<멕시코 국기>

실제로, 멕시코는 세계 제1의 수박 수출국인데 

단지 생산량의 1/3 정도만을 수출하는 거라고 하니 

엄청난 양을 수확하는 모양이다. 

그 정도면 멕시코의 ‘국민 과일’이라 불릴 만하다. 

오죽하면, 국기를 구성하는 삼원색 중 하나는 

‘수박색’이라는 전설이 있을 정도라고.      


그런데, 프리다 칼로는 

그녀의 인생 어디에서 

이런 기쁨과 풍성함을 발견했을까?

디에고와의 사랑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그림 속) 이 정도의 아름다움을 

난 그녀의 삶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대가는 그래서 대가인 모양이다.     


그림 속 수박의 모양이 제각각인 건 

아마 그녀의 삶을 표현한 모양이다.

때로는 반이 뭉텅 잘리고

그보다는 작지만 여러 번 조각나고

날카로운 비수에 닿아 뾰족뾰족 베어진 상처에 

짐승 같이 울부짖기도 했을 거다.

꼭지가 보이는 수박도

사실 뒷부분은 잘려있는 것 아닐까 추정해 보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왜 하늘은 반으로 나누어져 있을까?

화창한 날도 있었고 구름이 많이 낀 날도 있었지만,

아니 오히려 구름 낀 날이 더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구름 너머에 존재하는 맑고 파란 하늘처럼, 

여기 있는 한 무더기의 수박들처럼

강렬하고 풍성하고 다양하고 또

눈이 부시도록 선명하게 아름다웠다,

죽음을 목전에 둔 그녀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살아있음이 찬사받을 일인지 아닌지,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살아있음이 눈부시다’는 말의 의미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프리다 칼로가 그녀의 삶을 향해 들어 올린 축배라면

나도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VIVA FRIDA KAHLO (프리다 칼로,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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