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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두 아줌마 Feb 26. 2021

영화 <힐빌리의 노래>

 그들은 어떻게 불행의 고리를 끊었을까? 할머니? 그게 다는 아닐 거다.

미국 러스트벨트 출신 꼬마의 자수성가 이야기.     


‘우울’도 유전이다

‘화병’도 유전이고.

실제로 유전자에 새겨져 다음 세대로 전해지기보다는

자라면서 만날 보고 들은 걸 자신도 모르게 실행하는 거 아닐까.     


여기, 밑도 끝도 없이 항상 불행한 엄마가 있다.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아마 할머니도 그랬을 거고.

불행했던 원가정, 어린 나이의 임신과 출산, 양육, 배우자와의 갈등.

여기까지가 할머니 이야기이고

엄마는 여기에 몇 가지를 더 추가시켰다.

이혼, 연이은 무분별한 만남과 헤어짐, 급기야는 약물 중독까지.     


무너지는 딸을 바라보며 할머니는 생각했을 거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뭘 잘못했던 걸까?

아마 생각나는 원인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막막했을거다.

그러다 그녀의 눈에 손주들이 들어왔다.

엄마처럼 막사는 듯 보이는 어린 새싹들.

아마도 그녀는 그네들부터 시작하리라 마음먹었던 것 같다.     


불행의 사슬을 끊는 가장 좋은 시작은

그 안에 있는 누군가가 

‘이 사슬을 여기서 끝내리라’ 굳게 마음먹는 것이다.      


할머니는 주인공 꼬마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훔치지 말라고, 공부하라고 가르친다.

결국, 꼬마는 예일 법대에 들어가 변호사가 된다.


영화는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아메리카 드림’의 전형을 보여준다.

아마 미국은 실화인 이 영화를 통해 죄책감을 덜고 싶은 모양이다.

러스트벨트가 이렇게 몰락한 건 미안하지만

봐라, 노력하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잖아.

그러니 거기에 그대로 머물러 불행한 건 너희 잘못이야.     


사실 나는 주인공보다는 주인공 누나에게 더 시선이 갔다.

그녀는 어떻게 이 불행의 고리를 끊을 수 있었을까?

간간이 할머니의 조언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할머니 집에서 같이 산 것도 아니었고, 또

엄마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누나는 어떻게 그 지긋지긋한 우울에서 탈출할 수 있었을까.     


구제불능처럼 보이는 엄마를 향해 분노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그녀는 이렇게 응수한다.

“용서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법이야.”     


그녀의 탈출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쓰고 있는 방법은 이렇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거다.

끊임없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한가?

이 불행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해결책은 뭘까?     


주위 사람들을 보니,

무난한 삶처럼 보인다고

실제로 그들의 삶이 무난한 건 아니었다.

전쟁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저 흐르는 피가 눈에 보이지 않을 따름이었다.     


불행한 사람들의 문제는

그 불행을 자신에게만 국한시키지 않는다는 거다.

그들은 가까이에 있는 이들을 온통 같은 색깔로 물들인다.

특히 자식들은 표적이 될 확률 100%다. 

그 속에서 나도 너무 힘들었다.    


나 혼자 끊임없이 물었고

나 혼자 끊임없이 답했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대답해줄 사람이 없어 더 그랬던 것 같다.


때로는 답을 찾았고

때로는 답이 없었다.

때로는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답을 발견하기도 했다.     


지금 행복하냐고?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한 가지 알게 된 건

행복은 누가 주는 게 아니라는 거다.

내 안에서, 내가 만들어야 하는 거더라.     


한 가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내 대에서 불행의 사슬을 끊어보리라 마음먹었던 거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세대를 거듭할수록 약해지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리라,

그렇게 다짐했었다.     


누군가 너무 불행하다면,

근데 그 불행이 대를 거듭한 것이라면

이렇게 얘기해 주고 싶다.     


누군가 그 불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당신이 시작하는 건 어떠냐고. 

나와 함께, 

같이 노력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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