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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끝찡 Dec 31. 2019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가는 이유





 나의 10대 시절은 끔찍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은 악몽이었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6시까지 학교 갈 준비를 하고 6시 40분까지 등교했다. 아침밥 정도는 사치였다. 차라리 잠을 선택하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꼬박꼬박 아침을 챙겨줬다. 그 덕에 매일 아침에 먹냐, 자냐의 전쟁을 치렀다. 6시 40분까지 등교하면 마이너스 1교시 동영상 강의가 시작된다. 선생님은 돌아다니며 조는 아이들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한다. 거의 두더지 망치게임을 방불케한다. 은근 선생님은 그걸 즐기는 듯하다. 청소년기 근육은 졸린 머리를 빳빳 버티는 데 사용되기만 했다. 그렇게 종소리가 들리길 죽어라 버티며 기다린다.


 종이 울리자 일제히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잔다. 이건 필히 자고 싶어 자는 것이 아닌 원초적 본능에 의해서다. 그리고 머지않아 1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종소리가 울리고 공포의 0교시가 시작된다. 당시 MBC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서 0교시를 폐지하자는 운동이 있었지만 그저 희망고문에 가까웠다. 그런 일은 졸업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0교시를 버티고 그리고 또 하루를 버티며 일주일을 버텨 한 달을 버텨 1년을 버텨 겨우 그 짓을 끝내게 되었다. 그때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길었다. 시간이 도무지 가지 않았다. 그런 한탄을 하면 어른들은 말했다.


 "지금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너희는 몰라. 지금을 잘 보내야만 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저 졸립기만 했던 10대를 겨우 버텼다.


 20대의 시간도 10대 시절만큼이나 느렸다. 특히 군대에 있었던 2년이라는 시간은 모든 날이 기억날 만큼 매년 1년 같은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시간이 늘 많을 거라고만 생각했던 20대에 놀다 보니 어느덧, 30대가 되었고 이제 서른다섯의 마지막 날을 맞이하였고 이제 2020년을 맞이하면 서른여섯에 접어들게 된다. 이제야 느끼는 건데 늘 같은 시간이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시간은 더 빠르게 느껴진다.

 

 "왜?"


  흔히들 10대는 10km/h라는 속도로 20대는 20km/h라는 속도로 30대는 30km/h라는 속도로 간다고들 한다. 그래서 60대면 60km/h이라는 속도로 훨씬 빠르게 갈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간다의 공식으론 쓸 수가 없다. 속도는 시간 분의 거리이기에 시간은 그저 속도를 재는 요소일 뿐이다. 모두의 1년이라는 시간을 절대치로 놓고봤을 때 모두의 1년은 365일, 하루의 24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진다. 어른이 되면 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따위의 표현도 역시 추상적일 뿐이다. 그래서 스스로 공식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시간은 속도와 중력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밝혀낸 상대론 이론이다. 인간은 매일매일 중력을 느끼며 산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키가 가장 크고 저녁에 키가 주는 것도 중력에 의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고 나면 키가 주는 것도 중력의 축척인 셈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시간은 기억으로 기억은 추억으로 추억은 역사로 축척해가며 살아간다.


 그러기에 내 열 살 때의 1년은 1/10이라는 시간이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나의 1년은 1/20으로 줄어있다. 이제 서른여섯이 되는 나의 1년은 1/36으로 더욱 작아졌다. 시간은 언제나 공평하지만 그 나이 때에 만큼 개개인적이며 상대적인 것이다.


 시간이 가는 속도는 그 누구나 똑같다. 지구는 늘 같은 시간 같은 거리를 움직인다. 그러기에 (나이) km/h라는 것은 공식화할 수 없다. 시간은 살아온 날에 축척된 시간 분의 1이기에 개인의 1년이라는 시간은 1/나이로 사용됨이 옳다. 이것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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