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끝찡 Dec 12. 2021

탈모는 대를 건너서 온다고 했더랬다

정말 그럴까? 정말로???

푸르디 푸르게 풍성하고도 무성했던 입들은 어느새 아름답게 물들어 단풍이 되고, 어느덧 땅에 떨어져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그 수명을 다한다. 매년 그 한치의 오차도 없는 평화로운 반복을 우린 목도한다.


탈모는 보통 대를 건너서 온다고들 한다. 그러나 우리 집안은 희한하게도 할아버지, 아버지가 다 빠지셨다. 또 희한하게 삼촌은 탈모가 없다. 아직까지 나는 없지만 아주 약간의 조짐은 보였다. 할아버지, 아버지 다 빠졌던지라 조심하게 살았고 탈모샴푸만 사용했다. 어쩜 우리 집안은 랜덤이라 그 운명을 조금은 거스를 수 있다곤 믿곤 있었다.


얼마 전 사촌동생을 만났는데 그 녀석이 탈모가 진행 중이더라. 겨우 서른을 넘겼는데 심각한 지경이었다. 녀석의 표정은 지옥의 유아인만큼이나 평화로웠다. “형, 탈모는 대를 건너온다잖아. 준비하고 있었어.” 뭔 개소리! 20년 전, 자신의 탈모 고지를 알았던 <지옥>의 유아인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인정할 수 없다. 아버지와 탈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아버지께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아빠는 약을 잘못 발라서 알레르기로 빠졌어.”


 충격과 동시에 반성한다. 그동안 아버지와 대화가 부족했다. 후회한다. 젊은 시절 수많은 염색과 탈색을 무한 반복했다. 탈모는 대를 건너서 온다는 것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평화로운(?) 반복인 것일까? 나는 지금 단풍인 것인가? 낙엽이 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갑자기 탈모의 고지를 받은 것 같다. 언제 시연당하는 걸까? 낙엽들이 갑자기 애처로워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고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