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뚫어지게 쳐다본다
인상을 쓰며 가까이 쳐다본다
한참을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본다
한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열심히 읽던 책은
‘스마트폰 첫걸음’이었다
온 세상이 디지털로 변하면서
인간의 자리까지 빼앗는 시대에
조용히 그 시대를 따라잡으려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기기 다루는 방법을 알려줄 친구나, 자식, 가족은 없나?
하는 엉성한 동정심이 튀어나왔다
후줄근한 옷차림에
안경도 없이 잔뜩 인상 쓴 모습으로 책을 보는 그 모습이
한동안 아른거려 맘이 탁했다
쓸데없이 여기저기 감정이입 하는 것도 재주다
이후에 이 상황을 전해 들은 지인은
“스스로 학습하는 학습주도형 어르신이네!“ 라고 했다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시대에서 소외되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시대에 발맞춰 가는 모습이구나
아차 싶었다
잠시 마주한 할아버지 모습에서
늘 첫걸음에 고군분투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감히 내가 뭐라고 동정을 느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엉성한 모습만이 가득해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이 내딛게 되는 ‘첫걸음’
앞으로는 스스로를 짠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언제든 어디서든 새로운 것들에 한발 다가서는
학습주도형 신세대가 되었다고 자부해야겠다
그리고 아장아장, 잘 걸어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