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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Sep 07. 2023

'취업'이란 짝사랑하는 사람과
소개팅을 하는 것

당신이 '한소희'도 '차은우'도 아닌 것은 알고 있지 않은가.

나 혼자 좋아하고 있는 사람과 소개팅을 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이다. 첫 만남에서, 첫인상에서 그 사람에게 좋은 느낌을 주어야 한다. 게다가 그 사람은 소개팅하기 전에 미리 자기소개서와 연애수행계획서를 보내달라고 한다. 자기소개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연애를 하지도 않았는데, 연애수행계획서라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선남선녀가 아닌 것을 알고 있다. 결정권은 그 사람에게 있다.    



‘시험’과 ‘취업’은 매우 다르다. 유일한 공통점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시험’은 점수로 순위가 매겨진다. 그리고 그 순위가 절대적이다. ‘취업은’ 많은 것들이 상대적이다. 남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항상 우선권을 보장받지 않는다. 당신이 가고 싶은 회사(이하 “그 사람”이라 함)가 원하는 사람은 변호사시험 1등이 아닐 수 있다. 그 사람은 시험 성적 외에 다른 조건을 요구한다. 그 조건이 때로는 합리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은 연하의 상대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험은 결과로 끝나지만, 취업은 결과가 또 다른 시작이 된다. 경쟁자를 제치고 내가 합격했다는 것은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합격의 기쁨에 취해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 사람’은 하루빨리 당신이 출근하길 바라고, 하루빨리 수많은 사건을 담당하길 바란다. 그렇게 ‘그 사람’은 당신이 1인분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그 사람’은 당신에게 직무수행계획서를 미리 요구하는 것이다.      


핵심은 ‘그 사람’이 원하는 당신의 모습(이하 “인재상”이라 함)이다. ‘그 사람’은 절대로 구체적인 인재상을 명시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은 알아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이미 공개되어 있다. ‘그 사람’의 홈페이지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 사람’이 최근 어떤 사업을 했는지,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법적 이슈는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특히 ‘보도자료’ 게시판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최근 2~3년간의 언론 기사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그 사람’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공시해야만 하는 정보가 따로 있을 수 있다(DART 공시, 공공기관 알리오 공시, 지방공기업 클린아이 공시 등). 공시 사이트를 통해 ‘그 사람’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령, 이사회 결의 사항 등의 중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기소개서, 직무수행계획서, 면접 답변의 내용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공개된 정보에도 접근방식에 따라 격차가 존재한다.       


당신은 ‘그 사람’에게 직접 전화로 문의를 할 수 있다. 당신이 어떤 부서에서, 어떤 직책과 대우로, 어떤 업무를 할 것인지에 관하여 물어보는 것은 당신의 자유이다.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는 ‘그 사람’의 인사팀 권한이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유선문의를 자제할 필요가 있겠는가? 당신은 그 사람의 '속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산업의 트렌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지,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지,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고 있는지 등은 법적인 이슈가 아닐 수 있지만, '그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하여 알고 있어야 한다.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 또는 '임시허가'의 가능성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 산업융합 신제품 또는 산업융합 서비스가 다른 법령에 따라 허가ㆍ승인ㆍ인증ㆍ검증ㆍ인가 등을 신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허가등의 근거가 되는 법령에 기준ㆍ규격ㆍ요건 등이 없거나 법령에 따른 기준ㆍ규격ㆍ요건 등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아니하여 사업 시행이 어려운 경우 해당 신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시험ㆍ검증 등을 하기 위하여 규제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임시허가: 산업융합 신제품ㆍ서비스에 대한 허가등의 근거가 되는 법령에 기준ㆍ규격ㆍ요건 등이 없거나 법령에 따른 기준ㆍ규격ㆍ요건 등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아니한 경우로서 안전성 측면에서 검증된 경우 일정한 기간 동안 임시로 허가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융합 촉진법 제2조 제8호 및 제9호]



또한 ‘그 사람’은 대부분 매월 또는 매분기마다 소식지(매거진)를 발행하고 있다(대부분 편성된 예산이 있음). 그 소식지에는 매우 정제된 정보가 있다. 각 부서의 우수한 실적과 성과가 담겨있다. 소개팅에서 ‘그 사람’을 칭찬할 기회가 있다면, 매우 구체적으로 칭찬할 필요가 있다. 거기서 멈출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런 성과에 기여하고 싶다는 굳은 의지를 말해야 한다. 소식지에 ‘판례번호’나 ‘법령 규정’이 언급되어 있다면 외워두자. 그리고 면접 전형에 항상 있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에 외운 것을 담아내면서 당신의 열정을 보여주자. 그렇게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애석하게도 취업에는 일정한 경험치가 필요하다. 만약 ‘그 사람’이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도, 소득이 없는 것이 아니다. 분명, 당신은 ‘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조금만 더 다듬어서 또 다른 ‘그 사람’에게 당신의 마음과 열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혹시 아는가? 다음에 만날 ‘그 사람’이 더 완벽하고 좋은 회사일지.  



1. 취업은 시험과 다르다. 능력이 우수하다고 무조건 합격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2. '그 사람'이 기대하는 인재상을 추측하기 위해, 보도자료, 공시자료, 유선문의 등을 활용할 수 있다

3. '그 사람'이 발행하는 소식지가 있다면, 반드시 정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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