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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Sep 08. 2023

12년 차 변호사 눈에 보이는
로펌 자기소개서 주요항목

자소서 주요 항목마다 기대하고 추측하는 것이 다르다. 이를 알아야 한다.

2011년 법무법인 바른의 채용공고에는 특별한 자기소개서 서식이 없었다. 나는 '1) 학점, 2) 실무수습, 3) 봉사활동, 4) 비전 및 진로'로 목차를 잡고 10장 분량의 자소서를 썼다. 운 좋게 합격을 했고, 자소서 덕분에 면접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12년 차가 되어서 다시 보니 참 투박하고 불필요한 내용이 너무 많다. 자소서를 10장이나 썼다니 얼굴이나 한 번 보자는 심정으로 나를 면접에 부른 것이었을까. 



이제는 대부분의 법무법인, 법률사무소 등에서 정형화된 자기소개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소개서에서는 ‘현재까지의 성취’, ‘학업 외의 활동 및 성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기대하는 것 같고, 이와 별도로 직무수행계획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자소서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사항 중심으로 작성하되, 학점, 실무수습 내역, 봉사활동, 비전 및 진로계획 등의 내용을 녹여낼 필요가 있다.     


인사담당자들은 ‘학점’을 ‘성실성의 척도’로 본다는 말을 자주 한다. 12년 차 변호사의 시각에서 ‘학점’은 ‘성실성의 척도’라는 말에 동의한다. 부연하자면 학점은 '좋아하는 과제'와 '싫어하는 과제'를 모두 각각의 '기한' 내에 좋은 품질로 완성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개별 ‘사건’ 또는 ‘안건’ 중심으로 돌아가는 변호사실무와 매우 비슷하다. 변호사가 담당하는 여러 사건은 난이도 등에 따라 '하기 싫은 사건'도 있고, '어려운 사건'도 있고, '숙성시키고 싶은 사건'도 있다. 그런데 모두 기한이 있다. 각각의 사건을 기한 내에 괜찮은 품질로 완성하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다. 그래서 로스쿨 학점이 지나치게 낮다면, 로펌 입장에서 “앞으로 맡길 사건도 학점 정도 수준으로 납품하지는 않을까?”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실무수습(인턴십)’은 지원자의 관심도와 열정을 체크하는 항목이다. 절대적인 항목은 아니지만, 로펌에 지원하면서 법원과 검찰 실무수습 내역만 있다면, “우리 법인이 2순위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리고 관련 분야의 실무수습 경험은 직무수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봉사활동’은 “바쁜 상황에서 얼마나 협조적일 수 있는가?”를 체크하는 항목이다. 뒤에서 따로 설명하겠지만, 로펌 생활은 매우 매우 바쁘다(관련 링크). 마음의 여유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회의에 진지하게 참석할 수 있는가?", "급하게 판례를 몇 개 찾아줄 수 있는가?" 등의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추측하게 한다. 결국, 업무의 우선순위를 얼마나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지를 추측하게 한다. 봉사활동 내역이 전혀 없다면, 이를 추측할 거리가 없다는 말이 된다.

     

위에서 언급한 사항은 ‘숫자’와 ‘사례’로 얘기하는 것이 좋다. 정량적, 통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으면 일단 그렇게 설명을 하고, 그중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된다. “학점은 4.5만점에 4.3입니다. 소송법 과목은 모두 A이상입니다.”, “3곳의 법무법인에서  실무수습을 했습니다. 제가 먼저 금융 관련 사건을 검토하고 싶다고 부탁드렸고, 총 5건의 관련 사건 서면을 썼습니다.” 등으로 제시할 수 있다.

      

‘비전 및 진로계획’은 “얼마나 우리 법인에 오래 다닐 것인가?”를 추측하게 해 준다. 행정소송 전문 로펌에 지원하면서 이혼소송으로 박사학위를 받겠다는 계획은 이상하다. 지원하는 로펌에서 일을 열심히 하면서, 관련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겠다는 정도가 무난하다(단, 비밀유지의무는 준수해야 한다).

     

‘직무수행계획’은 모범답안이 있을 수 없는 항목이지만, 이를 통해 직무에 대한 ‘이해도’와 ‘업무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직무수행계획을 작성하기 전에 반드시 로펌의 조직도(또는 조직구성), 언론보도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당 로펌의 전문분야는 어떻고, 관련 팀 구성은 어떠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지원자가 그 팀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일할 것인지 작성하여야 한다. 관련 산업의 여러 특성을 이해하고 있고, 이에 따라 어떠한 태도로 일을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신속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진료경과를 환자 측에 충분히 설명하여 의료진과 환자 측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적시에 검토의견을 제공하여 조기에 양측이 합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문구에서 높은 이해도와 적극적인 업무태도를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직무수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를 작성할 수 있는 관련 사항이 있다면 간단하게나마 기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로펌은 지원자의 '업무태도'가 대단히 궁금하기 때문이다.

    


1. '학점'은 실무에서 여러 사건을 기한 내에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를 추측할 수 있게 해 준다.

2. '실무수습'을 통해 관심도를 알 수 있고, '봉사활동'은 실무에서의 협업 여력을 추측할 수 있게 해 준다.

3. '직무수행계획'에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직무에 대한 '이해도'와 '업무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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