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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Sep 10. 2023

바른 변호사의 직장예절

직함을 물어보는 것은 결례가 아니다. 투명인간 취급하는 대화가 결례이다.

법무법인 바른을 1년 남짓 다니면서,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직장예절” 교육이었다. 첫 출근 후 얼마 되지 않아 신입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대표변호사님의 직장예절 교육이 있었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감사함’보다 ‘거부감’이 컸다. “우리가 얼마나 버릇없다고 생각했으면, 이런 교육을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사연수원 9기 대표님의 눈에 그렇게 보였을 법도 하다.


실제 교육에서는 ‘호칭’, ‘말씨’, ‘전화’, ‘이메일’, ‘사무실’, ‘옷차림’, ‘자리 배치’ 등에 관한 실무적인 내용이 많아서, 이후 변호사생활에 든든한 자산이 되었다. 내가 로스쿨 1기이다 보니, 변호사 후배님들을 위한 멘토링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매번 빠뜨리지 않고, ‘직장예절’을 함께 읽어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알아도 행하지 않는 것과 몰라서 행할 수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 꼭 필요한 몇 가지를 살펴보겠다.   




【고객을 윗사람으로 보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  

마음에 여유가 있고,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는 누구든 고객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지킨다. 문제는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이다. 고객은 대부분 법률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 변호사 입장에서는 들을 필요가 없어 보이는 말을 하기도 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그 고객의 말씀을 끝까지 들을 수 없다. 고객의 말씀을 자른다. 의미 없게 들리는 고객의 말씀을 계속 듣고 있으면, 상대적인 지적 우월감이 스멀스멀 생겨난다. 고객의 생각을 무시하는 상황으로 번진다.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고객은 더 이상 윗사람이 아니게 된다.


‘바쁜데, 중요하지 않은데 어떻게 다 듣고 있느냐’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고객의 말씀을 자르고 고객의 생각을 무시하는 것은 사건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법리적으로는 의미가 없어 보이는 고객의 생각도 사건의 본질과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관계에 해박하기 위해서라도 고객의 말씀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직함을 모를 때에는 그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분명히 앞에 계시는데, 대화에서는 그분을 “투명 인간”으로 대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 뵙게 되어 사장님인지, 전무님인지, 실장님인지 모른다고 하여 호칭을 건너뛰는 것은 부적절하다. 더구나 손이나 턱 등으로 그분을 가리키는 것은 더욱 부적절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직함이 어떠신지요? 대표님이 편하십니까?”라고 물어보면 된다. 대화가 이어지는 중간이라도 이렇게 물어보고 직함을 확인한 후,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 직함을 물어보면서, 명함을 교환하기도 하는데 내 손에 있는 명함은 그 사람의 인격 그 자체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격은 접어서도, 흔들어서도, 휘둘러서도, 뒤집어서도, 포개어서도, 찢어서도 안 된다. 반듯하게 두면 된다.


저는 변호사 OOO입니다. 이분은 OOO 변호사님입니다.】  

직함은 그 자체로 존대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나를 소개할 때는 이름 앞에 직함을 두어 “님”자가 붙지 않도록 한다(저는 변호사 조준현입니다). 남을 호칭하거나 지칭할 때에는 이름 뒤에 직함을 두고 “님”자를 붙인다(이분은 조준현 변호사님입니다).

      

그리고 유의할 것은, ‘성 + 직함(예: 조 변호사)’은 존중하는 마음을 담고 있지 않다. 그래서 조 변호사“님”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하대하는 것이 된다. 이와 달리, 직함만 부르거나(예: 실장님, 팀장님), Full Name + 직함을 함께 부를 때(예: 조준현 팀장님)에 존중하는 마음이 담긴다고 보면 된다. 같은 직함을 가진 여러 사람이 있을 때에는 ‘Full Name + 직함’으로, 두 사람 간 대화에서는 심플하게 직함으로 칭하는 것이 적절하다. 조직문화가 유연한 곳일수록 이를 엄격하게 따르지 않기도 하지만, 변호사로서 일단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상석(上席)은 그분의 이 가장 편한 자리이다.】 

‘상석(上席)’과 이에 따른 ‘자리 배치’는 매우 어려운 테마다. 각자가 가지는 민감도가 다른 지점이기도 하다. 최근 많이 부드러워진 문화이기도 한데, 기본적인 두 원칙을 기억하면 결례 정도는 예방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그 공간에서 ‘눈’이 가장 편안한 자리를 찾으면 된다. 벽을 보는 자리보다 창밖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눈이 편하다. 그래서 창밖이 보이는 자리가 상석이 된다. 이후 ‘몸’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자리를 찾으면 된다. 문에서 가까우면 들락날락하는 움직임이 빈번하여 몸에 긴장감이 들어가므로, 문에서 먼 쪽이 좋다. 거기서 가운데 자리가 상석이 된다. 복잡해 보이지만, 그 공간에 가면 대충 느낌이 온다.


출처: 공감신문 블로그( https://naver.me/GKoNr09X )


가끔 두 원칙 사이에 모순이 있는 장소가 있다. 그럴 때는 그분께 “어느 쪽 자리가 편하신지요?”라고 물어보면 된다. 그분에게 가장 편한 자리가 상석(上席)이 되는 것이다.



1. 고객의 말씀은 관련 사실관계와 배경을  파악하기 위하여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2. 직함을 몰라서 물어보는 것은 결례가 아니다. 오히려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이 상당한 결례이다.

3. 높은 분의 입장에서 '눈'과 '몸'이 편할 수 있는 자리가 상석(上席)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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