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에도 끝이 있었다. 마지막 5일 차 오후 선택과목 답안을 써내려 갈 때부터, 30%의 안도감과 70%의 허무함이 섞인 기분이 들었다. 오후 늦게 4박을 했었던 서울 동대문의 숙소로 돌아왔고, 짐을 싸서 본가인 대구로 내려갔다. 주말에는 경북대 로스쿨 열람실 자리를 정리했다. 낮잠도 밤잠도 많이 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로스쿨 커뮤니티 게시판에 변호사시험 후기를 썼다. 바둑을 끝내고 복기하듯이, 시험 후기를 쓰는 것은 로스쿨 3년의 시간을 차분히 마무리하는 의식이었다.
변호사시험이 끝났다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당장은 쉬어야 하지만, 쉬는 동안에도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누구는 스터디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인강을 듣는다 하고, 누구는 여행을 간다고 한다. 나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불안해진다. 그럴 때일수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로스쿨 졸업과 동시에 출근할 곳이 결정되어 있다면, “짧은 휴식 + 다소 긴 여행”을 추천한다. 더 이상 남은 인생에서 “방학”이 없기 때문이다(이 엄청난 사실이 잘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출근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시간에 민소법, 형소법 등의 기본서를 보는 것은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다. 실무에서는 책에 나오는 평이한 법리가 거의 쟁점이 되지 않는다. 그 시간에 책을 본다고 나아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변호사 1년 차의 성과는 이후 승진ㆍ승급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 출근 이후를 위한 에너지를 잘 충전해 놓으면 된다.
한편, 변호사시험 후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선적으로 앞의 글에서 설명한 ‘루틴’과 ‘송무’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관련 링크). 각종 게시판에 올라오는 채용공고 중에서 자신의 성향에 반하는 곳은 제외할 필요가 있다. 가고 싶은 곳만 남기라는 취지가 아니라, 가봤자 힘들어질 곳은 빼도 된다는 말이다.
변호사시험을 끝낸 후배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어떤 자격증을 더 따는 것이 좋을까?”였다. 간단한 질문이지만, 답하기는 어려웠다. 핵심은 “변호사와 시너지가 있는 자격증은 무엇인가?”인데, 나의 대답은, “미리 생각해 둔 자격증이 있다면 그 자격증을 취득할 것, 미리 생각해 둔 자격증이 없다면 ‘재무위험관리사’ 또는 ‘금융투자분석사’를 알아볼 것”이었다.
각자의 학부 전공이 다르고 익숙한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변호사와 시너지가 있는 자격증에 하나의 정답이 있기는 어렵다. 자신만의 감(感)에 따라 생각해 둔 자격증이 있다면, 그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재무위험관리사: 금융투자회사에서 금융투자상품 등의 운용과 관련된 재무위험 등을 일정한 방법에 의해 측정, 평가 및 통제하여 해당 회사의 해당 위험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통합하여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자
금융투자분석사: 금융투자회사에서 조사분석자료(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대한 주장이나 예측을 담고 있는 자료)를 작성하거나 이를 심사, 승인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자
*금융투자협회 자격시험센터 시험개요 참조
미리 생각해 둔 자격증이 없다면, 금융투자협회에서 시행하는 재무위험관리사 또는 금융투자분석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두 자격증은 재무학과 회계학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데, 변호사실무, 특히 기업법무에서 반드시 알아야 기본지식으로 실무와의 연계성도 상당하다(재무학과 회계학은 모든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지식이고, 법적 검토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분야이다).
둘 다 객관식 10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70% 이상 득점하면 합격할 수 있기 때문에 등 난이도가 아주 높지는 않다. 그냥 쉽게 붙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경영학ㆍ경제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차분히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는 정도라 생각한다. 매년 7월(금융투자분석사)과 8월(재무위험관리사)에 시험이 있는데, 매년 4월 말에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다는 점에서 수험기간도 적절하게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금융투자분석사를 취득하면 '자본시장법을 좀 아는 변호사이자 애널리스트'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고, 재무위험관리사를 취득하면 '법적인 위험과 재무 위험을 모두 다루는 전문가'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 포인트가 있다. Plan A가 명확하지 않다면, 위와 같이 Plan B를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
1. 변호사시험 후 바로 출근해야 한다면, 마지막 여유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2. 변호사시험 후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면, '루틴'과 '송무'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내려야 한다.
3.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금융투자분석사 또는 재무위험관리사 자격증을 고려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