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은 로스쿨의 종착역이다. 매년 1월 초에 ‘4박 5일’의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1일차 공법(헌법, 행정법 등), 2일차 형사법(형법, 형사소송법 등), 3일차 휴식일, 4일차 민사법(민법·상법·민사소송법 등, 선택형·기록형), 5일차 민사법(사례형) 및 전문적 법률 분야에 관한 과목(사례형, 이하 “선택과목”)을 치루게 된다.
사법시험은 1차와 2차로 구분되어 있었던 반면, 변호사시험은 4박 5일 간의 시험 한 번으로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내 기억에, 변호사시험 기간 중에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었던 시간은 많지 않았다. 시험에 집중하다 보니, 시험이 끝난 저녁 시간에는 다음 날 과목을 공부할 체력도, 멘탈도, 시간도 남아있지 않았다.
위 시험공고에서 볼 수 있듯이, 1일차와 2일차 시험은 저녁 7시에 끝이 난다. 이렇게 늦게 끝나는 시험은 거의 없다. 한 겨울이라 저녁 7시는 밤이다. 귀가해서 저녁 먹고 나면 저녁 8~9시가 된다. 그때 고민이 시작된다. 컨디션을 위하여 일찍 잘 것인가? 아니면 최종 정리를 한 번 더 할 것인가? 그런데 현실적으로 1일차 저녁에는 2일차 형사법 준비를 거의 할 수 없다(대부분의 변호사들이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형사법 일정에 함정이 있다.
응시생 대부분 1일차 공법 과목은 미리 준비를 한다. 첫날은 무난하게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4~5일 차 민사법은 3일차 휴식일에 어느 정도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2일차 형사법 준비가 소홀해지기 쉽다. 1일차 저녁에는 2일차 형사법 준비를 거의 할 수 없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 특히 형사법이 약했기 때문에 변호사시험 직전에 형사법 공부 비중을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1일차 저녁에는 편안하게 보내자고 미리 마음을 먹었고, 1일차 저녁에 일찍 잠을 청했던 기억이 있다.
3일차 오전에 있는 민사법 선택형(객관식)에서는 70개의 답안을 제자리에 마킹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슬프게도 생각보다 건너뛰는 문제가 아주 많다. 1문제 풀고 나면 그다음 문제는 건너뛴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와서 건너뛴 문제들로 고뇌한다. 그러다 보면 종료 직전 OMR카드에 “제자리” 답안 마킹이 쉽지 않다. 1문제 더 푸는 것보다, 제대로 마킹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4일차 선택과목은 부담이 가장 적은 과목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학부에서 저작권법을, 로스쿨에서 특허법을 공부하였다는 괜한 자신감으로 “지적재산권법”을 선택했다. 그런데 다시 변호사시험에 응시해야 한다면, 지적재산권법을 선택할지 확신이 없다. 저작권법은 민법의 축소판 같았고, 특허법과 실용신안법은 행정법의 축소판 같았다. 상표법과 디자인보호법은 실무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시험 준비를 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선택과목은 시험으로 끝내야 한다. 각자의 상황에서 시간과 노력을 가장 적게 투입할 수 있는 과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향후 변호사실무의 연계성까지 생각하는 것은 너무 거창하다. 실무에서의 전문성은 일을 하면서 쌓아가도 늦지 않다. ‘조세법’으로 변호사시험을 치고 싶은가? 응시자 중 세무사와 공인회계사가 당신의 경쟁자가 된다. 표준정규분포로 점수를 부여하는 과목이므로, 누군가가 고득점을 하면 다른 누군가는 저득점을 하게 된다. 정말로 재야의 고수와 진검승부를 하고 싶은가?
2024년 변호사시험부터는 수기 또는 노트북 컴퓨터 중에서 선택하여 답안을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실무에서 컴퓨터로 서면을 작성하는데, 이를 반영한 적절한 제도 개선이라 생각한다. 이제 오른쪽 어깨에 파스를 붙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변호사시험의 응시료는 20만 원이다.
1. 변호사시험 1일차 저녁에는 다음 날 형사법 공부를 하기 어렵다. 미리 해두어야 한다.
2. 3일차 민사법 객관식 문제는 70개나 된다. 답안지 마킹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선택과목에 욕심 내지 말 것. 가장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