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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별한 환희씨 Aug 23. 2021

독립선언문

                                                                                                                                                                                                                                                                                                                                                                                                                                                                                                                          






고등학생 때는 어떻게든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서 살고싶은 물리적 독립을 꿈꿨고,

20대 후반에는 결혼을 통해 부모님으로부터의 심리적 독립을 갈망했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그렇게나 벗어나고 싶어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의 선택으로 인한 책임을 배우길 원하셔서 간섭도 잔소리도 적으셨는데 나는 왜그리 떠나려 안간힘을 썼을까?




36살 나는 또 독립을 생각하고 있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인가.

결혼도 했고, 아이도 둘이나 있는 아줌마가 육퇴 후 맥주 한캔과 함께 창밖을 바라보며 떠올리는 단어가 “독립”이라니.





독립이란,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이다.






그렇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길 원했지만, 나는 대학교에 가서는 남자친구들에게, 결혼해서는 신랑에게, 

지금은 아이들에게 예속되었고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매번 상대와 상황은 바뀌면서 독립을 갈망하고 있다. 

그러면 이건 상대나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가 아닐까 라는 합리적 의심이 고개를 든다. 



나는 왜 매번 이렇게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는가? 



사랑을 많이 받고 컸으나, 사랑받는지 모르고 자랐으며, 사랑만 받으려 애썼던 젊은 날이였다.

용서할 수 없는 나의 과거의 선택들과 어리석은 나의 어제들이 뒤얽혀 그것을 가라앉고 보다듬어 주는 것은 

오직 타인의 사랑이라 생각했다. 

맹목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결혼이라 생각해서 결혼이 하고 싶었고, 사랑을 주기보단 사랑을 받고싶어서 아이까지 낳아버렸다. 아이들한테까지 사랑을 받고만 싶어 했던게 분명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보니, 사랑은 받을 수만 있는게 아니였다.

연애 때와 달리, 결혼 후에는 나는 사랑을 주기도 해야 했다. 

임신 때와 달리, 육아를 하니 나는 사랑을 줘야만 했다.

나는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계속 실패를 반복하고 반복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도망칠 수 없었다.




나는 과거의 나와 풀려고 하지 않고, 그때 그 상황에 함께 있는 타인과 실타래를 풀려고 했다.  

나는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한 선택들의 과정을 알아가려하기 보다는,

타인과 나를 확대하고, 타인의 속마음을 알아채려 더 노력했었다. 







10~20대 때 원했던 독립의 목적은 새로운 환경에서의 시작, 설레는 만남, 나를 모르는 사람들과 장소에서 다른 나를  펼쳐보고 싶은 회피 욕망과 도피의 수단이었다면, 

지금 내가 원하는 독립의 목적은 나의 심리적 안정의 선순환을 통한 정착을 위함이다.




내가 해야했던 독립이란 부모님, 환경, 시간으로 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나에게서의 독립이 아니였을까. 옛날의, 과거의 나로부터 독립.

내가 했던 선택들과,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가졌던 생각들을 인정하고 용서하고 더 이상 파묻히지 않는 것.

그리고 타인의 사랑을 이용해 과거를 덮으려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독립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시간부로

어제의 최환희 너에게서 독립을 선언한다.




하나, 오늘의 나는 어제의 최환희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 오늘의 나는 미래의 최환희를 존재 자체로 사랑할 것이다.


하나, 오늘의 나는 오늘의 나에게 감사할 것이다.   





나와 함께 어제의 당신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당신들을 응원한다. 


당신들이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곳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이 되길 원한다.


가을을 알리는 장맛비를 바라보며 독립을 꿈꾸는 특별한 환희씨가 당신에게 보내는 

"공동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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