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최근 한 행사에서 정부의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캠페인에 동참해 본인도 늦지 않게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이 총리는 1952년생으로 올해 만 67세다.
정부는 최근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과 부산, 진주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자들에게 교통비도 지원을 해주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율이 지속 증가하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자율 주행차의 상용화이다. 운전자 없이 차가 스스로 다닐 수 있다면 운전이 힘든 고령자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많은 IT 기업들과 자동차 회사들이 자율 주행차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가장 앞서가는 회사는 구글의 자매사인 웨이모 Waymo인 듯하다. 웨이모의 사례를 기준으로 자율 주행차가 우리 삶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지를 한번 살펴보자.
구글은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을 시작했으며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에서 시각 장애인을 태우고 시내중심지 도로를 자율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웨이모의 초기 자율 주행 테스트 차량
구글의 웨이모는 복잡한 도심지역에서 2018년 말까지 누적으로 1,600만 킬로미터 이상의 시험 주행을 마쳤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매주 4만 킬로미터 이상의 새로운 도로를 자율주행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렉서스 SUV와 작은 딱정벌레 모양의 프로토타입 자동차 등 다양한 자율 주행 테스트 차량을 사용해왔는데 현재는 크라이슬러의 미니밴 '퍼시피카'를주로 사용하고 있다.
운전자 없이 시내를 주행하고 있는 웨이모의 자율 주행 택시, 크라이슬러의 미니밴 퍼시피카
웨이모는 자율 주행 택시의 상용화를 위해 일반인에게 이 자율주행차를 대여하고 보조 운전자 없이 완전 자율 주행 모드로 시내 주행을 하는 등 실생활에 근접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해 왔다.
자율 주행차는 360도 사방에 있는 모든 물체를 카메라와 센서로 실시간 인식하고 분석해야만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기 위해 재규어의 신형 전기 SUV 모델인 아이페이스에 웨이모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하고 자율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2만 대 이상의 무인 자율 주행 택시를 신규로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러다가 미국 택시업계를 구글이 평정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웨이모가 상용화한 자율 주행 택시는 웨이모원 Waymo One이라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데 사용 방법은 우리에게 익숙한 우버 앱이나 카카오 택시 앱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차 안에 기사가 없다는 것뿐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차 안에 보조원 한 사람이동승을 한다고 한다.
우버 앱이나 카카오 택시 앱과 비슷한 웨이모의 자율 주행 무인 택시 서비스 앱 웨이모원. 앱으로 택시를 부르고 도착한 택시를 탑승한 후 차 안에 있는 출발 버튼만 누르면 된다.
일단 자율 주행차 기술 분야에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IT 회사라는 것이 놀랍고 구글이라는 글로벌 IT 기업이 자율 주행 택시를 가지고 택시 운송업에 진출했다는 사실도 새롭다. 이러한 변화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해 산업 간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실감하게끔 해주는 좋은 예이다.
구글의 웨이모뿐만 아니라 우버, 테슬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 주요 IT 및 자동차 회사들이 하나같이 자율 주행차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서비스 상용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걸보면 자율 주행차가 우리로부터 그리 멀리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주행 프로그램의 도덕성이다. 결국 자율 주행차는 사전에 입력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서 의사결정을 하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로에 무단 횡단하는 사람이 있을 때 무단 횡단자를 피하고자 차의 핸들을 급하게 꺾을 경우 차가 중앙 분리대를 받아 차에 탑승한 사람이 다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핸들을 꺾어야 할지 아니면 무단 횡단자를 치고 가야 할지의 판단을 자율주행 프로그램이 해야 한다.
사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람이 직접 운전을 한다 해도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사람의 생사가 달린 상황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별 판단을 어떻게 하도록 프로그램을 짤 것인가는 법적인 해석 외에도 도덕적인 판단을 같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자율 주행차 서비스를 허용하는 주가 있고 아직도 법적인 논쟁을 진행 중인 주가 있으며, 아직은 시기상조라 생각하고 일체 허용을 안 하는 주도 있다.
우리나라도 법적인 규제가 워낙 많기 때문에 규제 문제에 도적적인 논쟁까지 추가된다면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오랜 시간에 걸친 충분한 논의와 논쟁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늦어도 10년 이내에는 서울 도심에서 자율 주행 택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희망 섞인 예측을 해본다.
자율 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우리 산업에 미칠 파급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우선 운전면허 시험장이 다 없어질 것이고 도로 주행 연습도 운전면허증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택시, 버스, 트럭 등 현재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업무용 차량의 숫자를 한번 생각해 보라. 얼마나 많은 운전기사들이 일자리를 잃을지.... 지금 택시업계와 '타다'가 벌이는 갈등은 갈등도 아닐 정도로 심각한 갈등이 생길 것이다.)
웨이모가 준비 중인 자율주행 상용트럭
프로그램으로 속도의 한계치를 미리 세팅해 놓는다면 과속도 없어질 것이고 과속 단속 카메라도 더 이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물론 교통순경도 없어질 것이고....
물론 자동차 실내 디자인이나 레이아웃에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운전 핸들과 운전석이 없어지고 굳이 사람들이 전방을 보고 앉아 있을 이유도 없을테니까.
산업과 기술의 발전은 항상 새로운 고객가치를 만들어 내고,이로 인해고객들의 가치 판단 기준은 빠르게 변하며, 이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 사라지면 거기에 딸린 수많은 일자리 또한 사라진다. 자율 주행차의 상용화도 똑같은 상황을 만들 것이다.
앞서 설명했지만 구글의 웨이모가 물론 제한된 도시내이긴 하지만 이미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상용화했고 서비스 차량 대수와 서비스 지역을 계속 늘려 나가고 있다.
우리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아닐 수 없다.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자율 주행차 시대를 우리가 미리 앞서 준비하지 못하면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자동차 시대에 우마차를 타고 다니는 시대 후행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일부 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IT, 자동차 기업들이 앞서가는 미국 기업들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자율 주행차 개발을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자율 주행차의 상용화는 단순히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완료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사라질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자율 주행차 도입이 필연적으로 넘어야 할 도덕적인 논쟁들, 그리고 자율 주행차가 본격화되었을 때 함께 찾아올 산업적인 기회와 필요한 인프라 투자가 종합적으로고민되고 각각에 대해서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해야만 자율 주행차의상용화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택시업계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간의 갈등을 보면 사실 걱정이 많이 된다. 자율 주행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그것보다 수십 배 강도 높은 갈등과 논쟁의 과정을 거쳐야 할 텐데....
"내 생애에 과연 대한민국에서 자율 주행차를 타 볼 수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