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 추억

내 생애 최악의 면접 경험

by 백취생

백수를 탈출하기 위해 많은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고, 간혹 한두 개씩 서류전형을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서류에서 탈락하거나, 면접에서 탈락하여 아직까지는 백수인 상태이다. 서류에서 탈락하는 것과 면접에서 탈락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우울한가에 대해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대부분 면접에서 탈락하면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것보다 더 우울하다고 했다. 하지만 난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것이 면접에서 탈락한 것보다 더 우울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서류에서 탈락하면 나의 무능력함이 너무 크게 보이지만, 면접에서 탈락하면 그래도 내가 정말 무능력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서류에서 탈락하던 면접에서 탈락하던 탈락한 건 차이가 없지만 차라리 난 아쉽게 떨어지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최근 한 면접을 통해 이런 내 생각은 바뀌었다.



딸을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오늘은 무엇을 해야하나 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OO인데요. OOO님 맞으신가요?'라는 휴대폰 너머 한 여성분의 목소리를 듣고 드디어 서류 하나가 통과했다는 기쁨에 밝은 목소리로 "네, 맞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인사 담당자인듯한 그녀는 괜찮으면 오늘 오후 3시에 면접을 보러 올 수 있냐고 나에게 물어봤다. 난 한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이 전화가 있기 한 달 전 다른 회사에서 이렇게 합격 전화가 왔는데, 면접 일자를 다음 주에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한 시간 뒤 OOO회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회사 대표가 미팅이 있어 면접을 내일 오전으로 미루자는 이야기를 했다. 난 조금 불안했지만 알겠다고 대답했다. 면접 시간 오전 11시, 딸을 유치원에 보내고 50km 되는 거리를 운전해가면 딱 맞게 도착할 시간이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면접에 마음이 설레었다. 인터넷을 통해 회사의 정보를 확인하니,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그런 회사였다. 면접 당일 딸을 유치원에 보내고 정성 들여 준비해 면접장소로 향했다. 회사 입구를 들어서니 물건을 실은 트럭과 차들로 주차장이 가득 찼다. 활기차 보였고, 바빠 보였다. 11시 2분,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을 계속했다. 누군가 나와서 나를 면접장까지 알려줄 거라 생각했는데, 모두가 자기 하는 일에 바빴다. 그래서 나는 어제 통화한 그 인사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면접 보기로 한 OOO인데 제가 어디로 가면 될지 잘 몰라서 전화드립니다." 나의 말을 들은 인사담당자는 "회사 안에 들어오셨어요?"라고 물었다. "네, 안에 들어와 있는데,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하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지금 외근 중이라 빨리 다른 사람 보낼게요.

그렇게 통화를 종료하자 금방 한 분이 나와 나를 회의실로 인도해주었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해가 되었다. '많이 바쁜가 보구나. 많이 바쁘면 외근을 나가도 미리 못 알려 줄 수도 있지.' 과거의 정신없던 회사생활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해해야 할 일은 또 있었다. 회사 대표가 오늘도 미팅을 가서 자리에 없었기에, 난 갑자기 면접관으로 섭외된 분과 면접을 하게 된 것이다. 그분은 나의 이력서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를 물어보셨다. 입사하면 통근은 어떻게 할 것이며, 연봉은 왜 이렇게 낮게 적었으며, 공백기가 긴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질문은 대답하기 어렵지 않았다. 다 나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냐는 질문이 들어올까 답변을 준비했지만 거기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면접관이 혹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나에게 질문의 기회를 주었다. 나는 면접을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기서 근무하신 지 얼마나 되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나의 질문에 면접관은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대답했다.


입사한지는 한 달 되었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후 나는 더 이상의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면접관은 내일(금)까지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이야기하며 면접을 끝냈고, 나는 괜한 질문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답답한 마음이 들어 점심을 먹고 면접 본 회사 주변에 있는 산에서 3시간가량 등산을 했다. 등산으로 어느 정도 답답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답답한 일이 발생했다. 나에게 마치 앞으로 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그런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통행권을 뽑고 차 창문을 올리려고 했는데, 이제 13살이 된 내 차의 내려갔던 창문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었다. 내 차는 이미 고속도로에 진입했고, 나는 집까지 창문을 활짝 열고 올 수밖에 없었다. 귓가에 스치는 시끄러운 바람소리만큼 내 마음은 심란했다. 겨우 집 근처 카센터에 도착해 급하게 수리를 했고, 수리비만 8만 원 가까이 나왔다. 차 수리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심신이 너무 피곤했다. 고속도로에서 다양한 차량이 뿜어내는 매연을 한 껏 들이켜서 그런지 아니면 돈을 못 버는 백수가 면접을 본다고 기름값 3만 원, 수리비 8만 원이라는 거금을 사용해서 그런지 다른 날보다 두통이 더욱 심했다.


기대는 안 했지만, 역시 금요일이 되어도 면접 결과는 오지 않았다. 그곳은 많이 바쁜 곳이니까 나에게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문자 한 통 보낼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도 지나고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 특별한 날인 화요일이 되었다. 카카오톡에서 내 생일 알람을 보고 과거 회사 선배가 생일 축하한다고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선배에게 며칠 전 있었던 면접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선배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원래 중소기업은 다 그렇다고 이야기하며, 나에게 좀 더 간절함을 보이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이라면 그곳에 전화를 해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하며 꼭 입사해서 일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고민해보니 난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에 선배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그날은 내 생일이고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내 이력서에 주민번호를 보면 오늘이 내 생일인 것을 알고 혹시 합격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상상도 해보았다.


처음 나에게 연락을 준 그 인사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 목요일에 면접 본 OOO입니다. 혹시 면접 결과를 좀 알 수 있을까요? 금요일에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어 궁금해서 전화했습니다." 준비했던 멘트를 인사담당자에게 전했고, 수화기 너머로 인사담당자의 서류를 뒤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나의 서류를 찾고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이 얼마 전에 출장에서 돌아오셔서, 대표님께 보고 하고 결과 알려드릴게요." 아직 나의 면접에 대해서 이야기조차 되지 않았다는 인사담당자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 당황해서 그다음 준비했던 멘트인 꼭 입사해서 일하고 싶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20분이 지났고, 문자 한 통이 왔다.

생일날 받은 면접 탈락 문자

문자를 보고 잠시 생일의 기적을 바랐던 나를 비웃은 후 산책을 했다. 산책으로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고 인사 담당자에게 답장을 보냈다.


네 확인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과거 회사 생활을 경험한 나로서 반복되는 지루한 회사생활만큼 괴로운 일도 없는 것을 알기에 비록 나의 생일인 그날 하루는 행복하지 않을 지라도, 나에게 탈락 문자를 보낸 인사담당자라도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했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다시 새로운 이력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이력서를 작성 중 나에게 탈락 문자를 보냈던 인사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벨이 울리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탈락을 취소하는 전화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전화를 받았다.

내가 "여보세요?"라고 이야기하자. 수화기 너머로 "어......" 하는 인사담당자의 주저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인사담당자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전화를 잘못 걸었어요.


살면서 잘못 걸려온 전화를 많이 받아봤지만, 이렇게 황당한 전화는 처음이었다. 혹시 이 사람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불만이 많은 그런 여성분..... 그래서 나를 너무 골탕 먹이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평소 나에게 불만이 많은 여성분은 나의 아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는 아내의 목소리와 닮지 않았고, 결론적으로 그분은 내가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그래도 덕분에 브런치에 쓸 에피소드가 하나 생겨 좋기는 하다. 이렇게 나에게는 생애 최악의 면접 경험이 생겼고 나는 이제 지인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서류에서 탈락하는 것이 면접에서 탈락하는 것보다 훨씬 덜 우울하다고......


마지막으로 이 노래의 가사를 전하며 내 면접의 추억을 마치려 한다.


'다음 사람에게는 아프게 하지 말아요. 난 비록 이렇게 떠나가지만......'

<조성모-다음 사람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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