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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Sep 13. 2023

운동 선순환 쌓기

달리기 한 달째

나는 결론적으로는 끈기가 부족하지만 스타트만큼은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시작은 열심히 하는데 임계점을 넘을 때까지 끌고 가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내는 게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뭔가 안 하던 걸 시작해야겠다 마음먹으면 희한하게 몇 번은 하게 되고, 그 몇 번을 하고 나면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쉽게 붙잡히는 내가 종종 신기한데, 그 기세가 생각보다 빨리 꺾인다는 것에 늘 아쉬웠다.


인스타 인연 중에 열심히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다. 꾸준함의 산 증인들.

나도 나에게 좋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오래 해나갈 힘을 얻고 싶었다. 그만두지 않으려고 열심히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여름휴가를 마친 8월 첫 주부터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또다시 불쑥 들어서 한 달째 운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들쑥날쑥 하지만 그래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 흐지부지하지 않으려면 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습관으로 자리 잡도록 횟수를 늘리고 작지만 뇌에 각인될 정도의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



아직 나의 달리기는 그야말로 쉬엄쉬엄 뛰는 수준이다.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면서 심박수를 조금씩 올린다. 더운 날씨가 큰 몫을 하니 금세 숨이 차고 땀이 나고 피가 도는 느낌이 든다. 뛰는 시간은 30분이지만 운동 시간 전체를 보면 공원 이동, 스트레칭 합해 1시간 정도 걸린다. 일주일에 세 번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하면서 매일 하겠다는 강박은 내려놓았다.


2주 전쯤 러닝 10회 차일 때였다. 스스로 정한 달리기 시간 30분을 내내 뛰는 것은 힘들고 오히려 지쳐버릴 것 같아 매번 공원 트랙을 뛰다 걷다 했는데 이 날은 퇴근 후였음에도 유난히 다리가 가벼워서 '어? 좀 더 뛸 수 있겠는데? 한번 해볼까!?'싶어졌다. 저녁 러닝에 어울릴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하고 재생.


초저녁. 가벼운 몸으로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나. 아.. 오글거리지만 솔직히 조금 멋지게 느껴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싶을 만큼 다른 날보다 덜 힘이 드는 게, 이 날은 모든 것이 달리기에 맞춰진 것처럼 몸이 편안했다. 그렇게 계속 뛰다 보니 결국 달리기로 30분을 채우게 되었다. 평균 페이스 8'17"/km, 평균 심박수 153 bpm. 무리 없이 해냈다.


누군가에겐 고작 30분 일지 모르지만 나는  완주가 정말 기뻤다.  달릴 때 머리카락이 폴짝거리는 그림자에도 신이 났고, 팔에 맺힌 땀방울들이 가로등 아래서 윤슬처럼 반짝일 때는 근사한 하루를 보냈다는 뿌듯함이 일었다. 이런 순간들이 내가 나를 믿게 하고 내일 다시 운동화를 신게 하는  같다. 물론 다음 11회 차 달리기에는 그 컨디션이 재생되지 않았지만 그런 반전 또한 다시 뛰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준다.


마음먹은 것을 그대로 행하고 해낼 때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 같다. 운동은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또 적당한 상태로 유지하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 확신한다. 내가 제일 컨트롤하기 쉬운 존재인 나를 움직여 땀을 내면 더 좋은 일이 일어난다. 애써 운동을 하고 나면 정크푸드 대신 싱싱한 채소와 닭가슴살로 샐러드를 해 먹게 되는 것처럼 나에게 좋은 일을 하면 또 다른 좋은 행동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런 선순환의 시간들이 조금씩 쌓이면 일상에서 받는 타격감이 줄어든다. 최면에 걸리듯 그냥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하면 될 거라는 단단한 마음이 자연스레 생긴다. 이번 달리기는 지속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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