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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Mar 14. 2024

말이 곧 인격이고 품격이다

너무 익숙한 문장인데 아직도 모르는 분이 계시더라.

어제 있었던 일이다.


퇴근길에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사람이 차서 다음 열차를 타려고 문 앞에 계시던 60대쯤 되어 보이는 중년 남성 분이 안전선 안으로 열차 문과 너무 가깝게 서 계셨다.


안전관리 요원께서 뒤로 한 발짝만 나와달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분은 못 들으셨는지 반응이 없었다. 요원분은 재차 삼차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주세요. 문과 너무 가까워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셨고, 그제야 알아들으셨는지 조금 뒤로 물러나셨다. 다른 생각 중이셨거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모르셨던 것 같았다.


어쨌든 물러나셨고 지하철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는데 열차 안  뒤에 서 계시던 한 아저씨가 느닷없이 버럭 소리를 치셨다.



"말 좀 들어라! 말 좀!!"


큰 목소리에 도 놀랐지만, 바깥 앞에 서 계시던 그분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어이가 없다는 듯 소리친 아저씨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러니 소리친 아저씨가 한 술 더 떠서,



"뭘 똑바로 쳐다보고 있어! 쳐다보길!"


는 문 밖 아저씨와 문 안 아저씨 사이에 서 있는 상황이어서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책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고요해진 열차 안팎으로 짧은 대치 상황이 있었지만 이내 문이 닫히고 열차는 출발했다.



그렇게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번엔 열차 안에서 한 중년 여성 분이 전화 통화를 하셨다. 목소리가 꽤 커서 조금 줄여주시면 좋겠다 생각하던 찰나, 아까 그 아저씨가 또 한 번 불벼락 치듯 소리를 다.



"조용히 해! 좀 조용히! 시끄럽게 떠들고 있어, 여기가 집이야?!"


당황하신 여성 분은 곧 전화를 끊으셨다.


그런데 듣고 있던 내가 이상하게 화가 났다. 도대체 어떤 분이시길래 남에게 그렇게 자기 집에서 할만한 질책과 호통(집에서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을 게다가 반말로 하시는지 궁금했다.


책을 보다가 고개 들어 지하철 문에 비친 그 중년 분 모습을 보았다. 흰머리에 붉은 얼굴, 찡그려진 인상. 나이가 아주 많아 보이지도 않았다. 70대 초 중반? 약주를 하셔서 얼굴이 붉은 건지, 애초에 화가 많아서 붉은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화가 잔뜩 담긴 얼굴이었다.


평소 말을 그렇게 하면 당연히 얼굴 표정도 말에 맞춰 빚어질 것이다. 남에게 까지 그렇게 할 정도면 평소에도 좋게 말하는 타입은 아니실 테니 말이다.



그런 분들을 한 번씩 보게 될 때마다 '나는 저렇게 나이 들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옳은 말일수록 말하는 방법도 옳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말이 좋은 얼굴을 만드는 건 불변의 진리다.


좋은 말로 좋은 표정 짓는 날들을 많이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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