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환경이건 중요한 것은

에필로그: 연재를 마무리하며

by 눈썹달

최근 '인생질문'이라는 팟캐스트 채널에서 김경일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들었다.


"질투하지 마시고 부러워하세요.

부럽다는 것은

나도 그것을 가지고 싶다고 하는

의외로 굉장히 적극적인 용기예요."


사실 회사와 집이 가까운 사람들이 부럽다. 집이 가까웠다면 남는 시간과 에너지를 이렇게 저렇게 쓸 수 있어 좋을 텐데 하는 상상도 많이 해봤고, 고단한 날 먼 퇴근길을 가야 할 때면 늘 집이 코앞이면 얼마나 좋을까, 어떨 땐 눈 감았다 뜨면 동네에 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한때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 김경일 교수님은 건강한 부러움을 용기라 하셨다. 그렇다면 난 용기 있다. 계속 부러워하며 바라다보면 회사와 가까운 곳으로 옮길 수 있으려나? 그런데 이제는 집과 회사가 가까워지기보다 집과 회사의 거리를 잴 수 없는 날이 더 빠르게 다가올 것 같아서 살짝 쓴웃음이 난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부럽지 않기도 하다. 장거리 출퇴근이 그렇게 못할 일도 아니라 생각하니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루틴과 노하우를 가지고 소화하고 있는 밥벌이 일상이다. 현실을 스스로 동정하기보다 이제는 '먼 게 뭐 대수야. 직장이 있다는 게 감사하지' 한다. 집이 먼 건 나의 사정이니 감수하거나 말거나 둘 중 하나이고 나는 감수하기를 선택했을 뿐이다.


멀어져도 그냥 다니자는 것은 내 인생의 수많은 결정 중 하나였다. 어떤 이에겐 왜 그리 힘들게 살까 싶을 테지만 여러 이유로 선택한 이 삶을 사는 내가 싫다거나 그리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브런치북을 연재하면서 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 내가 이런 과정으로 여기까지 왔었지.

그래, 그 와중에 나는 이렇게 부지런히 살고 있지.


그렇게 내가 나를 괜찮다 다독이고 잘하고 있다 여기게 된 시간이어서 연재하는 동안 위안을 얻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기획연재를 처음 해 본다. 기획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두서없는 이야기들의 나열이었지만 덕분에 나를 되돌아보고 좀 더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부족한 글들을 읽어주신 분들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자기 합리화적인 결론일지 모르지만, 어떤 환경에 있던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의 시간관리, 자기 관리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집이 가까워 이동시간이 짧아도 집에서 시간을 그저 흘려보낸다면 그만큼 아까운 일도 없다. 오히려 시간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보다 밀도 있게 사는 습관이 생긴다는 점에서 무엇에든 장단점이 있다.


이 장거리 출퇴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3년? 5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가 되었든 할 수 있는 데까지, 이 일상으로 인해 내가 소진되는 게 아니라 더 채워질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볼 것이다. 지칠 때면 이 기록을 한 번씩 꺼내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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