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손길을 빌어서 산다

by 눈썹달

오늘도 지하철로 열심히 출근한다. 6시 50분에는 집에서 나와야 8시 반 출근시간까지 회사에 도착한다.


남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아침메뉴로 큰애는 스파게티, 둘째는 목살구이를 해주었다고. 아이들 아침식사를 걱정하는 내 말에 나보다 조금 늦게 출근하는 남편이 식사 잘 챙겨줬으니 걱정 말라는 연락을 준 것이다.


가족 간에도 필요할 때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나를 도와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그렇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아이들에게 아빠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준 거란 생각을 한다.(남편은 요리를 쉽게 잘하므로) 이렇든 저렇든 내가 마음 쓰는 부분을 채워주니 남편을 생각하면 언제나 든든하고 힘이 된다.


남편 외에 집에는 어른이 한 명 더 계신다. 바로 시어머니다.


어쩌다 보니 나는 15년 넘게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이렇게 길어질 줄 생각지 못했지만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작되었던 동거는 서로의 필요가 충족되면서 오랜 세월 이어져오고 있다. 큰 아이 어렸을 때부터, 둘째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가 지금까지 잘 돌봐주셨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일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어머니와 사는 삶은 쉽지 않다. 정말 애증의 시간이 켜켜이 쌓이는 것 같다. 안쓰럽고 죄송하다가도 왜 저러실까 싶은 일상이 반복된다.


연세가 많이 드셨지만 감사하게도 여전히 아이들 식사를 챙겨주시고 빨래와 설거지 같은 기본적인 가사를 해 주신다. 힘드실 듯해도 나는 어머니가 뭐든 하시면 그냥 하시게 둔다. 그런 집안일마저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유튜브와 티브이만 보고, 그러다 꾸벅꾸벅 졸고 움직이지 않는다. 꾸물꾸물 손을 움직이고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


노인이 되신 어머니를 볼 때마다 죄송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 이제는 끝까지 모셔야 하기에 되도록 좋은 점만 보고 좋게 생각하려 한다. 사실 힘든 것보다 감사함이 더 크다. 어머니의 존재가 우리 가족을 지켜줬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부질없이 종종 어머님과 같이 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함께 산다는 건 서로 간에 희생이 필요한 일이다. 어머니는 우리를 위해 희생하시고 우리도 어머니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 우리 부부가 먼 회사로 출퇴근하는 시간 동안 어머니가 아이들을 보살펴주셨다. 다른 사람이 아닌 가족의 손길 아래 있었기에 큰 걱정 없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집에 왔을 때 집에 사람이 있고 없고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나 아빠가 아닌 할머니일지라도 말이다.


든든한 남편의 손길과 울타리 같은 어머니의 손길. 그들에게 닿는 내 손길과 어른 셋의 손길이 닿는 아이들. 이제 컸다고 아이들도 손길을 보탠다. 우리의 하루는 보이지 않는 서로의 손길 속에서 유지된다. 언제나 멀리 출퇴근하는 나를 배려하고 위로하는 따뜻하고 고마운 가족의 손길에 감사한다.


*사진: Liv Bruce, U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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