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것과 엄마가 되고서 장거리 출퇴근 하는 것의 일상 난이도는 천지차이다. 나는 결혼을 일찍 하고 아이도 일찍 낳은 편이라 이제는 아이들이 커서 육아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지만, 내 삼십 대는 오직 직장과 육아로 점령된 시절이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육아휴직 한번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 바보스럽다. 4년 터울의 두 아이가 어렸을 때도 나는 지금처럼 멀리 다녔고, 심지어 야근도 자주 했다. 친정엄마와 여동생, 이어서 시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쩔 수 없이 휴직을 했을 것이다. 지금은 휴직을 선택하면 쉴 수 있고 다시 복직도 가능하지만 그때는 육아휴직 쓰는 직원도 별로 없었고 복직을 장담할 수 없었다. 여러 상황상 나도 당시 다른 직원들처럼 출산휴가 3개월 만에 출근했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아이 키울 때 집이 멀면 당연히 육아의 난이도는 더 높아진다. 출근할 때는 일찍 나와야 해서 새벽부터 아이와 생이별을 하게 되고(내가 나가는 시간은 어찌 그리 귀신같이 알고 깨는지), 퇴근할 때는 일찍 갈 수 없어 아이를 제대로 볼 수 없다. 그 시간 동안 집에서 내 대신 고군분투하고 있는 부모님이 많이 지치고, 그게 신경 쓰여서 내 마음도 지쳤다. 까탈스럽기 그지없던 첫째를 친정엄마가 1년 반정도 키워주셨는데 엄마는 너무 힘들다고 내게 퇴근시간 되면 '눈썹이 휘날리게 와달라' 하시곤 했다. 얼마나 힘들면 그럴까 싶어 죄송하고 마음이 짠한데, 나는 눈썹이 휘날리게 뛸 수 있지만 도로 위의 차나 지하철은 그렇지 못해서 애가 탔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래저래 녹초가 되었어도 더 나이 드신 녹초가 아이와 계시는 우리 집으로 제2의 출근을 했다. 잠깐이라도 아이를 보고, 씻기고, 재우고, 남아있는 집안일을 하고... 책 읽어주다 졸면서 헛소리를 하거나, 재우다 내가 먼저 잠들기도 부지기수. 그러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는 날엔 내가 있는 모든 곳이 가시방석이 된다. 아이를 향해 내달리는 마음과 달리 회사에서 집까지 가는 거리는 천리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나의 근무시간은 고정이었지만 남편의 근무시간은 유동적이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야 할 때나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지 못하실 때에는 남편이 스케줄을 조정하여 채웠다. 한 명이라도 상황에 맞게 어느 정도 일정을 조정할 수 있고, 타인이 아닌 가족이 아이를 돌봐줄 수 있었기에 이 장거리 출퇴근 부부는 아이를 잘 키워오고 지금까지 맞벌이를 하고 있다. 참 감사한 일인데, 이게 최선이었을까를 생각하면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때를 회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싶으니 말이다.
회사와 집이 먼가?
곧 부모가 될 예정인가?
일을 계속할 건가?
그렇다면 부디 회사와 가까운 곳으로 거처를 옮기시길. 나는 못했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시길 바란다. 겪어본 바, 장거리 출퇴근에 육아가 더해지면 최소 10년간은 일상의 난이도가 최상에 준하게 될 것이다. 육아의 측면에서는 특히나 멀리 출퇴근하는 건 힘든 일이다.
다만 겁주려는 말은 아니니 좌절하지 말자. 사람은 적응의 동물. 상황에 따라 방법을 찾게 되어있다.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지, 회사 쪽으로 집을 옮기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못 살 일도 아니다. 예상되는 난관이 온다 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만의 방법을 찾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