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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손 Dec 19. 2022

서른일곱을 앞두고.

항골이발소에서 머리를 잘랐다.

요즘 장사는 어떠냐, 돈 잘 버느냐 묻길레

잘되기는 무슨. 그냥 먹고 사는거지. 라고 답했다.

'그럼 됐지 뭐.'

두 번째 보는, 남자치고 긴 머리를 해병대보다 짧게 깎아달라는 커다란 젊은 남자에게

칠십은 되어보이는 이발사는 왜 따위 묻지 않았다.


돌다리도 두드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살면서 단 한번도. 

디뎌도 괜찮을 만 한 돌다리따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일한 규칙은 원코인 클리어, 어차피 매일이 외줄타기.

나이가 서른 쯤 되었을 때, 무엇인가 되어있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는데.

서른 일곱 쯤 되니 자라서 무엇이 되기는 되려나보다 싶은 기분이다.


되도않는 남들이 좋다는 일 따위. 벌어본 적도 없는 큰 돈 욕심 따위.

갖지못해 전전긍긍하는 마음과 실제로 없어 불편한 현실의 크기가 같다면

아니지. 전전긍긍하거나 말거나, 실제로 없는건 마찬가지지.

그냥 하고싶은일을 실컷 하고 살기로 했다. 


나는 이제 작가나부랭이로, 주정뱅이화쟁이로 살테다.

어차피 이거 말고 다른 걸 한다 한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돈에 대한 갈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겠지.

기술창업이 어쩌고 융복합 컨텐츠가 씨발 어쩌고 어째.


현재를 치열히 살아가는 나는 나름의 변화를 매 순간 겪고 있으며

이는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기에, 나만 표현할 수 있는 변화이고

나로 살아 본 사람은 나 뿐이기에, 나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몰랐던것도, 하고싶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막연히 더 나은게 없나 쩝쩝거렸을 뿐.

내 것 되지 않을 것들에 대한 욕심도. 애초에 될 수 없던 좋은 사람따위 되는 일도.

반환점을 정한 지금, 내가 팔아먹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값나가는 건 바로 나다.


두상이 잘생겨서 멋있다야.

최근 십 년간 들어 본 응원 중에 가장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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