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홀 미팅 '경기북부의 마음을 듣다'에서 드러난 김경일 시장의 거짓말
어제(14일) 파주출판단지 지지향에서 ‘경기북부의 마음을 듣다’라는 집담회(타운홀 미팅, 왜들 이렇게 영어를 좋아하는지...)가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해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몰라서 못 갔다. 갔으면 나도 할 말 있었는데 말이다.
용주골과 연대하는 시민모임 SNS에 라이브로 진행되는 이 토론회 실황이 급하게 올라왔다. 토론회는 손을 든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한 파주시민 여성분이 마이크를 받아 용주골 폐쇄에 대해 강력한 지지 발언을 하며 대통령에게 성공적 폐쇄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그녀를 용주골에서 몇 차례 봤다. 그녀는 김경일 시장의 ‘닥치고 폐쇄’ 정책에 쌍수를 들고 지지하는 ‘클리어링’이라는 단체의 일원인 것으로 짐작되는데, 용주골 여성들을 조롱하고 감시하는 ‘여행길(여성이 행복한 길/참 명명도 기만적이다)’에 여러 차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집결지 반대를 상징하는 보라색 풍선을 들고 용주골 업장을 이리 기웃 저리 기웃대는 ‘여행길’은 인권침해가 심대해 국가인권위에 제소했을 정도다. 인권위는 ‘여행길’ 등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파주시와 용주골 종사자들과의 협의의 장을 마련하려 했으나, 파주시가 지금껏 모르쇠로 뻗대고 있는 상황이다.
그녀가 전한 내용의 골자는 이렇다. 용주골은 미군 기지의 수치스런 흔적이므로 반드시 없애 파주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는 그녀의 주장 전부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선 용주골이 미군 기지의 잔재라 수치라면, 그간 수치를 무릅쓰게 해 달러를 벌어들이게 한 국가 그리고 지자체 그리고 종사자들을 착취해 막대한 부를 취한 가해자의 부끄러움부터 깊이 성찰하고, 이런 맥락에서 용주골 폐쇄를 기할 수 있어야 했다.
그간 용주골이 창출한 막대한 돈은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되었고 파주 지역 경제에도 큰 역할을 했다. 낙수효과를 누린 시청이나 경찰 공무원 등은 이들로부터 지속적이고 상당한 뇌물을 챙기며 호가호위하며 용주골을 묵인하고 비호했다. 공권력의 공조 없이 용주골이 70년을 넘게 존재할 수 있었다는 건 누가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이다. 이러한 공권력의 가해와 공모의 역사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없이 이들을 돌연 범죄자이고 부끄러운 수치의 대상이니 도려내야 한다고 위 여성은 주장하고 있었다.
이 여성은 자신이 살고 있다는 문산에 과거 달러의 화수분이었으나 국가가 방기한 이제는 할머니가 된 ‘미군위안부’가 아프고 가난하고 외롭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가. 이들이 머리가 허연 노인이 되었어도 아직도 뒤통수에 ‘양갈보X’이라고 욕하는 수모를 감당해야 하는 피해를 알기나 하는가.
이들을 모욕하는 사람들은 다른 땅에서 솟아난 사람들이 아니다. 바로 문산 사람들이다. 자의든 타의든, 이들을 착취해 먹고살고 자식들을 키운 사람들일 텐데, 이제 와서 미군 기지촌에 살며 겪었던 자신들의 피해만을 내세워 피해자이기만 한 양 구는가. 단 한 번이라도 자신들이 가했을 폭력의 역사를 성찰했다면, 이렇게 무참한 발언이 나올 수는 없었다.
위 여성의 피해자 코스프레식 호소에 대통령은 대뜸 파주시장 왔냐며 시장을 불러 세워 “정부가 뭘 해주면 되겠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잔뜩 제 성과(200집 중 9집이 남았고 종사자는 15명 남았다)만 늘어놓던 김경일 시장은 9집만 남은 용주골을 싹 정리하기 위해 경찰력과 세무기관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작 남은 9집을 없애기 위해 대통령에게 저런 걸 부탁한다고? 이는 제 공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 얄팍한 정치적 속임수다. 지금도 파주시 경찰은 곳곳에 설치된 CCTV로 24시간 용주골을 감시하고 있으며, 빈번한 함정 수사로 겨우 생계를 잇는 종사자들을 성매매나 알선 혐의로 잡아들이고 있다.
게다 세무 협조 운운도 비열하다. 이를 파주시 행정력으로 할 수 없단 말인가? 거의 고사 수준으로 겨우 숨만 쉬는 사람들을 이제 세금 폭탄까지 투하해 초토화시키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대통령은 경기도 지사를 지낸 사람이다. 그를 뭘로 알고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인가. 제 논에 물 대려는 김경일의 얄팍한 공치사를 대통령이 정말 모를까.
그가 한 새빨간 거짓말 중 하나는 우선 용주골 200집 중 9집이 남았다는 주장이다. 모두 영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20여 집이 남아 있고, 이들은 떠날 수 없어 못 떠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당할 정도로 막막한 경우다. 용주골의 결속을 와해시키기 위해 김시장이 벌인 가장 비열한 행각은 영업하고 있는 건물을 사들인 것인데, 이를 위해 3년간 무려 100억여 원을 썼다.
100억이면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주 보상을 해주고도 남을 돈이지만, 김시장은 정당한 보상 협의를 외면하고 이 막대한 세금을 그간 용주골에서 가장 큰 이익을 취해온 건물주(한때 이들의 한 달 월세는 수천만 원이었다)들의 집을 고가로 매입했다. 대통령이 건물주 말고, 그 외 이해관계자들에겐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냐고 묻자 어물어물 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김시장의 치적 자랑을 눈치챈 대통령이 “법에도 눈물이 있다.... 그냥 무력으로 내쫓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일갈했겠는가.
대통령의 문책성 발언에도 김시장은 거짓말을 이어갔다. 그는 건물주 외 업주나 종사자에 대한 대책이 있으며, “탈출하지 않은” 남아 있는 종사자들은 15명이며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점입가경이다. 용주골에 연대하기 위해 자주 드나드는 시민으로 증언하건대, 남아 있는 모든 사람들은 정상이다. 사실 정상이라도 이렇게 미친 공권력의 폭력을 겪다 보면 멀쩡하기가 힘들지만 말이다.
그리고 남은 종사자가 15명이라니, 김시장은 조작도 서슴치 않았다. 떠나지 못한 여성들이 이보다 훨씬 많으며, 이들은 그가 멋대로 말한 대로 “탈출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고작 백여만 원 주는 지원금으로 가장 노릇을 할 수 없어서이며, 지원이 전제한 공적 감시(개인 정보 제공, 성매매 감시)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일 뿐, 모두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감 있는 정상인이다.
정치인의 위선과 거짓말이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대통령 앞에서 여성 시민까지 동원해 공권력이 남용한 폭력은 은폐하고 성과만 과시하는 몰염치한 언설을 하는 김시장은 정말 위험한 정치인이다.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여기 용주골에 모든 폭력을 겪으며 지켜본 수백수천 개의 눈들이 있다. 시퍼런 눈으로 목격한 폭력의 증거는 모두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는 빼앗지도 조작될 수도 없는 눈물과 한숨과 멍과 상처로 새겨진 삭제 불가한 기억이며 기록이다. 김경일이 가릴 수 있는 거짓은 고작 손바닥 크기일 뿐이다.
* 김경일은 건물주 배만 불리는 폐쇄 정책 폐기하고 용주골 종사자에게 정당한 이주 대책을 마련하라!
* 김경일 시장의 폭력 폐쇄 정책에 동조하는 파주시 성매매 여성 지원 단체 쉬고는 각성하라!
* 과거 미군 기지촌의 역사를 왜곡하고 용주골만 없애면 된다고 주장하는 파주시민은 피해와 가해의 역사를 성찰하라!
덧) 용주골 기록집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Z--GLoBp1J1MsqWcjN9hKMaV4ZLWqY_A?usp=drive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