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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도비 Feb 01. 2024

쿠팡의 추구미

누가 쿠팡의 추구미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아마존을 보게 하라


그룹 아이브 장원영 / 출처: 커뮤니티

'내 추구미는 장원영이야.' 추구미는 '추구하다'와 '美'를 합친 단어로 '내가 꿈꾸는 이미지'를 뜻한다. 옷차림, 분위기, 그리고 롤모델까지 아우른다. 그런 의미에서 쿠팡의 추구미는 아마존이다. 쿠팡이 아마존을 롤모델로 삼고 미국과 세계에서 아마존이 걸어온 길을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걷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였기 때문에 초반 성공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겠으나, 그 이후로도 나스닥에 상장되고, 꾸준히 성장해나가는 것을 보면 쿠팡이 선택한 추구미가 틀리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다.



출처: MTN

쿠팡의 최근 행보만 보더라도 아마존의 사례를 엿볼 수 있다. 물류 시장에서 쿠팡이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을 맹추격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3월 처음 선보인 '로켓그로스'를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데 로켓그로스는 본격적으로 배송을 대행하는 3자 물류 사업이다. 로켓그로스를 이용하면 판매자는 물건의 보관부터 포장, 택배 배송 및 소비자 응대, 교환과 반품 과정까지 쿠팡이 진행해 주고 건당 물류·배송 비용만 지급하면 돼 편리하다.

이 모습은 아마존의 자회사  ‘FBA(Fulfillment By Amazon)’와 매우 유사하다. 로켓그로스와 같은 3자 물류를 담당하는 FBA의 정확한 매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아마존 FBA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2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아마존 오픈마켓 셀러 대부분이 FBA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말 아마존은 UPS 제치고 가장 많은 민간 물류 배송량을 기록했다.



출처: 쿠팡 뉴스룸

티빙과 웨이브를 누르고 토종 OTT 1위를 달성한 쿠팡플레이도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벤치마킹 해 만들어졌다. 콘텐츠로 유료 회원인 와우 회원을 계속 붙잡아두기(락인 효과) 위해서다. <소년시대> 등 자체 컨텐츠 제작에 힘을 기울이는가 하면, 해외 스포츠 경기 독점 중계권을 따내고 유명 축구팀의 국내 친선경기를 주관하는 등 스포츠 컨텐츠에도 진심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역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에 투자를 하며 스포츠로 컨텐츠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OTT 사업을 아마존처럼 클라우드 사업을 하기 위한 기반 작업으로 와우 회원을 늘려 고객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마존이 쿠팡의 롤모델이라는 공공연한 사실로 비추어봤을 때, 나름 타당한 분석처럼 느껴진다.



착한 성장에 그렇지 못한 주가../ 출처: 구글

쿠팡은 아마존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보려고 하고 있다. 바로 명품의 길이다. 가지 않은 길이라기 보다는 갔다가 실패했던 길이라는 게 맞겠다. 아마존은 2006년 온라인 의류 쇼핑몰 샵밥을 인수하며 패션 시장 장악을 꿈꿨으나, 최저가와 가품논란을 꺼리는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들은 아마존이 런칭한 럭셔리 스토어를 외면했다. 쿠팡은 지난 해말 약 65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명품 유통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과연 쿠팡은 상대적으로 약점이라고 불리웠던 패션 부문을 보완하고 아마존도 가지 못한 길을 갈 수 있을까? 한때 30조원까지 갔던 기업가치가 100분의 1토막난 부도 직전의 파페치 인수가 쿠팡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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