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대 마지막 자락에서 엑손모빌로 점쳐보는 에너지 기업의 미래
'야잘잘'이라는 말이 있다. '야구는 원래 잘하는 사람이 계속 잘한다.'라는 야구팬들 사이의 줄임말로 부진을 겪다가도 어느샌가 원래 실력을 회복하거나, 포지션을 변경했는데도 불구하고 잘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요즘 세상을 보면 야잘잘이 야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를 경지에 이르도록 잘하면 폼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클래스는 영원하거나, 아니면 부득이 방향을 바꾸게 되더라도 다시 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니까.
우리는 명실상부 석유의 시대를 살아오고 있다. 비공식 전 세계 부호 1위가 산유국 사우디의 왕세자 빈 살만인 것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늘 든든했던 기업들은 바로 '빅 오일'이라고 불리는 거대 석유회사들이었다. 석유라는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자원을 휘두르는 그들은 역사적으로 일시적인 부침은 있었으나 결국은 왕좌를 지켜냈다. 코로나-19가 지나고 나서 찾아온 글로벌 증시 폭락에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그들은 엄청나게 돈을 벌어들이며 화려하게 홀로 훨훨 날아다녔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도 석유 시대의 끝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석유 및 화석 연료 사업이 예상보다 오래 건재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석유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이미 시작된 전기차의 부상만 봐도 그렇다. 전기차 최대 격전지라고 불리는 중국은 전기차 비중을 2030년 40%, 2035년에는 50%까지 확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차량 연료 수요가 급감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기후 위기에 따른 재생에너지 발전 등까지 고려하면 석유의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의 '빅 오일'들이 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 미국의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은 석유의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가장 그들이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2023년 11월 14일, 엑손모빌은 미국 아칸소주 남부지역에서 리튬 추출 계획을 발표했다. 리튬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새로운 석유'라고 부르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엑손모빌은 '시추작업'을 통해 리튬을 채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엑손모빌이 석유 및 가스를 추출하며 갈고닦아온 시추기술을 활용하겠다는 이야기다.
엑손모빌의 도전을 보면서 떠올랐던 인물은 나영석 피디다. 지상파의 시대에서 KBS에 몸담으며 '1박 2일'이라는 신화를 만들었고, 케이블의 시대에서 tvN으로 옮겨가 '꽃보다 할배', '윤식당', '신서유기' 등으로 신화를 이어왔고, 유튜브의 시대에서 '채널 십오야'로 완벽히 유투버로 변신에 성공한 사람. 2007년부터 시작한 그의 콘텐츠들을 돌아보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그 방법만은 '가장 자신 있는 것'을 선택한 데에 그의 성공비결이 있는 것 같다. '1박 2일'로 다져온 여행이라는 포맷을 응용했고, 연출자도 방송에 등장해 출연자와의 관계성을 살렸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용해서 지금은 유튜브에서 '썰'로 풀고 있지 않은가. 형태가 어떻게 되든 방송은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 같다.
아직 수익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어 엑손모빌의 계획에 대해 월가의 반응은 미미하다. 과연 엑손모빌은 나영석처럼 변화하는 시대에서 살아남으며 '에너지는 잘하는 기업이 잘한다'라는 에잘잘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