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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r 23. 2023

당근이 이어준 인연

아이가 100일이라며 윗집에서 백일떡을 들고 왔다. 고맙기도 하고 또 기버성향이 강한 우리 부부는 백일떡을 건네주었던 쇼핑백에 아이가 좋아할 책을 넣어 다시 전해주었다. 편지와 함께... 선물을 주러 갔을 때, 집에 사람이 없어서 현관에 걸어두고 왔다. 그렇게 윗집과의 연은 끊겼다.


오늘 베란다 정리를 했다. 정리를 하면서 당근에 이것저것 물건을 올렸다. 아이 영어그림책을 올리자마자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연락이 왔다. 집을 알려주니 지금 바로 올 수 있다는 답장이 와서 부랴부랴 책을 쌓아 문 밖에 두었다.



"문 앞에 두었어요. 혹시, 공동현관비번 필요하시나요? 제가 베란다 청소 중이라 벨소리를 못 들을 것 같아서요."

"아니, 괜찮아요. 같은 동이예요."

"아, 진짜요? 이런 우연이. 조심히 가져가세요."



베란다 청소를 하면서도 신기했다. 같은 동이라니. 1시간쯤 청소를 하고 톡을 보니 답장이 와 있었다. 잘 가져갔다며, 너무 깨끗하다며, 고맙다며, 문 앞에 뭘 두었다며 확인하라는...


뭐지?


문 앞 쇼핑백에는 음료와 케이크가 들어있었다. 책을 돈 주고 팔았는데, 무슨 선물까지. 거기에 편지도 있었다. 명화가 그려진 작은 엽서에. 읽는 내내 너무 소름이 끼쳤다.


윗집이었다. 끊겼던 연을 당근이 이어주었다. 그때 선물해 준 책을 너무 아이가 잘 보고 있다고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또 더 큰 보답을 하실 것 같아서 참았다며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인사였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우리는 내일 보기로 했다.


그 백일이었던 아이가 지금은 16개월이 되어 어린이집을 다닌다고 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아이가 너무 귀여운 것은 내가 그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까? 28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처음 사귀는 동네친구가 조금 설렌다.


은둔형 육아맘이 이제 세상에 조금 나아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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