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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n 18. 2023

제주살이 1일 차

2023 6월, 31개월 아이와 단둘이 제주 살기

여기까지 오는 것도 지금 와서 글을 쓰는 것도 새삼 신기하다. 아이가 잠들면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글을 써야겠다고 계획을 짜면서부터 생각했다. 8일이라는 기간 동안 8편의 글이 채워지면 이번 제주 살기가 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행이라고 하지 않고 살기라고 하는 이유는 아이와의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위한 워밍업이기 때문이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는 아이 7살부터 매년 해외 한 달 살기를 계획한다. 지금 아이는 4살이며 우리는 천천히 기간을 늘려가고 천천히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보며 연습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그렇게 프로젝트의 시작은 '제주 일주일살기'부터이다.


10: 40 am, 광주에서 제주 가는 비행기 탑승

... 착륙하고 짐 찾고 렌터카 찾으니 12:40 pm.

초록마을 가서 쌀과 약간의 간식거리사고

자매국수 가서 점심 먹으려고 웨이팅 하니 80분 대기시간이 떠서

이호테후해변에 가서 아이와 놀았다. 주변에 모래놀이하는 가족들이 많아서 그냥 껴서 놀 수 있었다.

손발 씻고 옆 플리마켓 가서 구경하고 감귤가방 득템하고

자매국수 가서 엄마는 비빔국수, 아이는 아이국수(무료) 먹고

3:10~5:00 pm, 화조원

숙소 들어와서 짐 풀고 아이 저녁 먹이고 숙소에서 놀기.

9:40 pm,  아이 잠들었다.


걱정보다는 기대가 컸다. 나도 얼마 만에 제주인가. 아이와 단둘이라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았고 하루하루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즐거웠다. 그 기분이 그대로 반영된 하루였다. 아이와 같이 호흡도 잘 맞았다. 기다려달라고 하면 기다려주는 아이, 가고 싶다면 따라가는 엄마이기에 둘이 아주 잘 놀았다. 아빠에게는 안아달라는 아이가 나와는 거뜬히 잘 걸었다. 엄마는 잘 안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조금은 수월했던 듯하다. 그래도 힘들다고 하거나 안아달라고 하면 기꺼이 안아준다. 나도 알기에... 아이가 놀고 싶은 마음은 크나 자기 스스로 그 피곤함을 지침을 이겨낼 힘은 아직 부족하다. 그러기에 내가 조금은 도와주어야 컨디션 회복이 조금은 빨리 된다. 하루하루 여행이라기보다는 살아가는 방법과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기에 조금도 힘들지 않다.


아이도 엄마와 단둘이 제주라는 낯선 땅에 온 것이 신기하고 좋은지 텐션이 높다. 아이도 비행기를 처음 타는 이 여행이 기분 좋을 것 같다. 나도 처음 비행기를 탔던 여행은 무언가 계속 기억에 남는다. 아이에게 맞춰진 여행이라서 내가 조금은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아이에게 맞춰진 여행이지만 그 가운데 쏠쏠하게 나의 재미가 숨어있다. 나도 수리의 비행을 처음 본다. 그런 광경을 아이와 있기에 볼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짐은 보낸다고 보내고 챙긴다고 챙겼는데 빼먹은 게 많다. 아이 칫솔, 치약도 빼먹고 오고. 핸드폰거치대도 없다. 그래도 이 와중에 맞춰간다. 살 수 있는 것은 대체품으로 구입하고 그다지 필요치 않은 건 없는 데로 행동해 본다. 큰 불편함은 아직 없어서 다행이다. 다음 여행은 2주 전부터 짐을 싸야겠다고 다짐한다.


이것저것 정리되지 않은 마음과 몸들을 가지고 제주에 왔다. 그 마음이 가볍게 돌아가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8일 동안 마음을 비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찐하게 놀며 몸을 비우고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며 마음을 비운다. 아이와 제주 살기로 왔지만 나는 어쩌면 마음정리살기를 하는 중인 듯하다. 무거운 것도 걱정할 것도 없어 보이는 마음이지만 한없이 혼자 파고들면 우울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 감정들을 잡아야 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나는 혼자 무언가를 다 해야 하고, 앞으로도 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이 제주 살기를 자처했는지도 모른다. 오롯하게 조용하게 이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횡설수설이지만 기록해 보는 감정일기다. 아이와 밀착되어 있지만 아이를 재우고 이 시간에는 글을 쓰고 30여분 정도 책을 읽고 자야겠다 다짐한다. 오롯하게 내 시간을 잘 써야겠다.


비행기가 이륙하면 소리가 들린다. 시끄러울 것 같았는데 밤에 들으니 무언가 마음을 훑고 지나가는 소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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