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Jun 23. 2023

제주살이 4일 차

2023.06.22. 목요일, 제주에 살면

4일 차가 되니 제주에 산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는 계속 좋다는 말을 반복한다. 여행이 좋아서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있겠지만 제주가 주는 그 다채로움이 아이에게는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조금만 나가면 바다가 보이고 조금만 올라가면 산이 보이는 곳. 그리고 한적한 말들이 풀을 뜯어먹는 모습들은 아이에게 생소하고 낯선 모습이지만 제주에서 볼 수 있는 광경들이기에 더 좋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아이가 잘 때 나를 꼭 껴안고 등을 토닥토닥해 준다. 내가 아이에게 해주는 것처럼. 그러면 아이가 새근새근 잔다. 어느 순간 아이가 어린이가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예보에 없던 비가 추적추적 하루종일 내렸다. 아쿠아플라넷까지 1시간 10분 정도를 달려갔다. 아이가 카시트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내가 더 초조해진다. 잘 타는 아이지만 조금은 버거울 것 같았다. 또 생각되는 건 돌아가는 길. 온만큼 가야 하기에... 아이에게 너무 힘든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는 에코랜드에 들려 기차를 탔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기차를... 비가 오지만 아이는 좋아했고 완전하게 그 에코랜드라는 공간을 즐겼다. 숲터널이라며 숲으로 들어간다고 좋아하고, 아이가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려 비를 조금 맞으며 즐겼다.

떠나는 기차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면 기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아이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아이와 내가 단둘이 여행하는 모습이 측은했을까? 아니면 대단했을까? 주변에서 아이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조심스럽게 아빠의 존재를 묻기도 한다. 나에게는 미안스러운지 아이에게 묻는다. 나는 이런 말과 행동도 가끔 이기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부모가정에 대한 편견이 이런 곳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나는 또 가족의 형태에 대해 생각한다.


집에 거의 다 오자 아이가 한 마디 한다.

"엄마, 힘들어."


힘들 만도 하다. 운전하는 나도 버거운데 가만히 카시트에 앉아 있는 아이는 오죽할까 싶다.


내일은 애월 근처에서 놀기로 했다. 그냥 숙소에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 내일은 조금 진정한 제주살이가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비가 안 와서 아이와 맑은 제주를 다시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제주살이 3일 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