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사업 도전기 ; 예비창업패키지 사업계획서 작성
사업계획서 잘 쓰는 법에 대한 정보가 아닌 사업계획서를 썼던 저의 경험담입니다. : )
예비창업패키지는 사업화가 아직 되지 않은 창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단계에서도 지원을 할 수 있다.
예비창업패키지에 도전해 보기로 하고서는 브레인스토밍부터 진행하였다.
전체 아이디어의 큰 틀은 '반려견+여행'이라는 주제였기 때문에 먼저 팻팸족(반려견을 가족처럼 키우는 사람)에 대한 페르소나를 잡고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구상을 하였다.
메인 타깃으로 하는 유저의 페르소나는 남동생과 남동생의 여자 친구로 (지금은 결혼 ^^) 설정하고, 페인 포인트와 필요한 부분을 실제 물어봐가며 피쳐 리스트를 정리했다.
페르소나 설정
1. 인적사항 : 31세 남. 싱글. 칼퇴 회사원.
2. 반려견 : 비숑(찐빵)
3. 주요 라이프스타일 : 회사 근처에서 혼자 살고 있으며 여자 친구와 같이 반려견을 입양하여 자식처럼 키우고 있음. 출근시간 동안은 반려견 유치원에 보내고 있으며, 퇴근 후 저녁은 항상 산책을 시킴.
주말에는 여자 친구와 반려견을 데리고 애견카페나 애견 운동장 등을 다니고 있음. 반려견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한 달에 50만원 이상.
4. pain point : 원룸에 혼자 살기 때문에 찐빵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애견카페나 운동장을 자주 방문 문 하는데 우리 순둥순둥 한 찐빵이와 비슷한 친구들이 있는 애견카페를 가고 싶지만, 현재 애견카페에 어떤 종류의 강아지들이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불편하다.
누나, 꼭 만들어줘!
꼭 필요하다며 동생은 강조했다. 남동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핵심기능으로 선정하였고, 주변 반려견을 키우는 친구들에게도 물어보고, 반려견 단톡방 및 반려견 카페에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서칭 하면서 필요한 기능들을 정의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이미 있는지 반려견 관련 앱들을 조사하였다.
지금은 반려견 관련 앱이 수 없이 많지만, 2020년 2월에는 반려견과 관련된 앱을 APP 스토어에서 검색하면 50여 개 정도 검색이 되었다. 그래도 500개는 아니니.. 전수 검사할 만한 수준이어서 모든 앱을 들어가 보며 내가 생각하는 서비스와 유사한 앱들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대략 비슷한 앱은 5개 정도로 추려졌는데 좋은 앱들도 있었지만, 이렇다 할 이름이 있는 서비스는 없었고, 주변 팻팸족(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 들 에게도 인지가 부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핵심’ 기능이 있는 서비스는 없었다.
위 문제정의를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를 기반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설정하고, 예비창업패키지 사업계획서 양식에 맞춰서 작성하였다.
사업 아이템 : 반려견 동반 장소 검색 플랫폼
창업아이템 개요
뒤에 있을 전반적인 사업내용을 Executive Summary 형태로 작성한다.
수 만개의 지원서를 검토하는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창업아이템 개요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뒷부분까지 읽지 않고 바로 넘어가기 때문에 가장 신경 써서 핵심이 되는 부분들을 요약해서 작성하였다.
문제 인식
- 창업아이템의 개발 동기
반려견을 키운다는 건 가족이 하나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 달라지는 생활처럼 반려견도 가족이 되면, 건강, 산책, 사료, 옷, 여행 등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관련 시스템의 부족함,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과의 마찰, 페티켓에 대한 인식 부족 등 팻팸족들이 느끼는 pain point를 why, what, how 관점에서 작성하며, 왜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는지에 대한 개발 동기를 작성하였다.
why(왜 어려울까) - 숙박 앱에서 반려견 동반 가능 여부 정보가 부족하고, 반려견을 동반해서 갈 수 있는 숙박시설정보만 자세히 모아 놓은 서비스가 없다. (결국 일일이 검색해서 비교해야 함)
what(어디에 있을까) - 지금 동일한 견종이 있는 애견카페는 어디인지, 우리 아이가 마음 편히 잘 뛰어놓을 수 있는 운동장은 어디에 있는지 정보가 필요하다.
how(어떻게 배울까) - 사육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입양한 경우가 24%로, 이들 중 42.6%가 유기해야겠다는 충동을 느낀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반려동물과 평생 함께 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교육.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을까?
추가로 문제점에 대해서 작성할 때 주관적인 생각보다는 수치화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였다.
현재 국내 반려견을 키우는 팻팸족 현황, 반려견을 대하는 인식의 변화, 반려동물에 대한 정책의 변화 등 공개된 자료들을 활용하였다.
- 창업아이템의 목적/필요성
창업아이템의 목적과 필요성은 앞서 문제점으로 제시한 Why, What, How의 답변을 제시하는 형태로 내용을 구성하여 정의하였다.
[Q] why(왜 어려울까) - [A] 반려견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숙박시설 서치 및 예약
[Q] what(어디에 있을까) - [A] 반려견과 함께 놀 수 있는 카페/운동장 등 시설 공유 및 반려견 현황 정보 제공.
[Q] how(어떻게 배울까) - [A] 반려견 훈련정보 및 훈련소 견적/신청
문제 인식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동반 숙소 선택 비율, 반려동물 동반 시 추가 요금 지불의향, 반려동물과 함께 가고 싶은 장소, 유실/유기동물 현황, 반려견 양육을 위해 필요한 정보 습득 채널 등 우리가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에 대해 현재 사용자들의 상황을 나타내는 자료들을 같이 첨부했다.
하고자 하는 서비스에 대한 표면적 근거로서 데이터를 제시한 부분도 있었지만, 내가 세운 가설이 실제 맞는지에 대한 검증으로서도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었다.
내가 원하는 서비스가 아닌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니까.
실현 가능성
- 창업아이템의 개발/사업화 전략
반려견 숙박시설, 카페, 운동장, 훈련소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공급자와 팻팸족을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모델은 전형적인 방법이고 기존 앱도 있었다.
그래서 다시 고민한 건, 앞서 기사자료나 지표에서 보듯 반려견 서비스는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별 업체들이 각각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반려견 관련 서비스 엔진을 제공하는 B2B 모델이 더 시장에서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당장 B2B 서비스를 제공할 영업망은 없기 때문에, 1단계는 반려견 동반 장소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B2C로 만들어 일반 유저를 모으고, 추후에는 PaaS(Platform as a Service) 형태로 데이터를 제공해 주는 B2B로 단계별 사업모델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실제 1단계 구현을 위한 제품 구현 정도와 제작 소요기간/방법/일정 등을 기입하였는데,
아직 개발업체 선정 및 진행되고 있는 부분은 아니었기 때문에 Axure 프로그램을 통해, 핵심기능을 표현한 프로토타입을 제작 후 시안을 같이 첨부하였다.
일정은 기획/디자인/개발/콘텐츠 등록/마케팅을 중심으로 한 전체 범위에 대한 WBS를 작성하였는데,
개발 일정은 아직 협의가 된 부분은 아니었지만, 10년간 경험의 노하우(?)로 대략 공수를 생각하여 넣었다. (빠듯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좋은 개발업체를 만나서 무사히 진행이 되었다. 휴휴)
- 창업아이템의 시장분석 경쟁력 확보 방안
현재 반려동물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숙박시설 개수, 현황 자료와 경쟁사들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였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서비스에 대한 전략을 기입하였다.
서비스에서 제공할 고객가치(공급자, 사용자), 핵심자원, 핵심 프로세스, 수익모델, 비즈니스 전략 등.
아쉬운 부분은 시장분석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제 인터뷰나 설문 조사한 걸 추가하였으면 좀 더 현실적인 근거자료 되었을 텐데 넣지 못했다.
2차 사업계획 발표 시에 심사위원분께서도 MVP(Minimum Viable Product : 핵심기능만 최소한으로 만든 상품)로 만들어서 특정지역, 예를 들어 반려견을 많이 키우는 지역을 대상으로 먼저 서비스하여 검증한 후에 사업을 진행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조언을 주셨었다.(그 말을 듣고 당연히 떨어진 줄 알고 기대도 안 했었는데.. 다행히 통과는 되었다. 아마도 꼴찌로 붙었을 듯..) 지금 예비창업패키지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서비스를 진행하기 전 MVP를 만들어 PoC(Proof of Concept) 진행해 보도록 하고, 그럴 시간이 부족하다면 사용자 설문조사라도 하여 그 결과를 기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성장전략
- 자금소요 및 조달 계획
자금소요 및 조달 계획은 사업 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비목과 산출근거, 금액으로 작성하였다.
- 시장 진입 및 성과창출 전략
Market Size는 (그 유명한) Air bnb 사업계획서를 참고하여 Tam Sam Som으로 나타내었다.
Tam 은 펫팸족 전체 시장(1500만 명), Sam은 MZ세대 반려인(1098만 명), Som은 싱글여성(500만 명)으로 구분하였고, '편리''커뮤니티''안전'에 대한 키워드로 앞으로 진행할 마케팅 전략에 대해 기술했다.
이 부분에서도 아쉬웠던 부분은 예상하는 Market Size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화 시점 및 매출에 대해서
ROI 분석을 하여 추가하는 부분이었다.
사업계획서 제출하고 난 후에야 이 부분이 추가가 되었어야 한다는, 유튜브나 창업 카페 내용을 보았다.
급한 대로 최종 발표 진행 시 질의/응답으로 대략적인 BEP를 계산하여 준비하였지만
질의받지는 않아서 따로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지는 못했다.
아직 창업 전인 상태에서 매출을 예측하는 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임의로 예상 매출을 잡고 비용 대비 수익화되는 BEP를 계산했지만, 요즘은 혁신의 숲 같은 사이트에서 스타트업 지표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과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을 찾아서 그 업체를 기준으로 예상 매출을 잡아서 계산하면 좀 더 현실적인 계산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팀 구성
- 대표자 및 팀원의 보유 역량
앞 회차의 예비창업패키지 소개에서 썼듯이 팀 구성은 너무 중요하다.
나는 IT사업부에서 10여 년간 여행서비스를 구축했었고, 동업자는 사업운영 경험과 마케팅 경력이 있어서 그 부분을 강조해서 작성했다. 특히 나는 여행사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B/O를 리딩 했었기 때문에 여행서비스의 Backend 프로세스와 DB/ API 구조를 잘 알고 있어서, 전체적인 시스템 구성 및 설계/기획이 가능하다는 부분을 넣었다.(고생했던 차세대가 이렇게 쓰이려고 했던 것인가..) 그리고 사업계획서 문서에는 넣지는 못했지만, 모든 사업의 영감과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시바견'에고'와 비숑'찐빵'이는 가장 큰 조력자이자 팀원이 되었다.
추가 자료
구체화된 사업의 내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스템 설계도와 상세한 프로토타입 이미지를 넣었다.
시스템 설계도는 향후 B2B까지 고려한 모델로 시스템 아키텍처를 그려서 첨부하였다.
서류를 제출하고 나서, 설마 될까,, 그래도 혹시?라는 마음으로 몇 주를 기다렸다.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드디어 발표가 되었다.
어쩌지? 우리 진짜 되었어!!
협약업체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선택해서 지원했는데, 정확한지 모르겠으나 90대 1 정도 되었다고..
1차 통과하면 2차 발표는 2대 1의 경쟁이라서 50% 는 최종 통과가 된다.
맙소사, 진짜 되었어! 기쁨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걱정이 되긴 했지만 너무 기쁘고 좋았다.
앞으로 닥쳐 올 고됨과 어려움은 이때는 몰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