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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Jul 12. 2022

요가 하는 동안에 5

자세를 대하는 자세

27일 차로 접어든 나의 요가 생활은 활기차다.


활기차다고 말하기엔 일주일에 세 번 50분 수련이 전부지만. 기분이 날 때 한 동작씩 해보는 걸 가지고 활기찬 연습 혹은 수련 혹은 운동이라고 한다면 양심이 없는 거지. 나도 안다. 그래도 할 때마다 기운이 나고 해보고 싶은 동작이 하나둘 생기는 걸 보면 양심은 없어도 요가를 좋아하는 건 확실하다. 온몸에 에너지가 사방으로 뻗는 걸 느낀 이후로 아직까지 가장 좋아하는 아사나(자세)인 아도무카스바나아사나 (Adho mukha svanasana 견상자세)는 할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처럼 멈춰 있는 나를 깨운다. 비몽사몽으로 요가원에 가도 아도무카스바나아사나만 하고 나면 탁! 하고 머릿속에 스위치가 켜지면서 집중력이 높아진다. 호흡과 맞아지면 마음까지 시원하게 사방으로 뻗지만 어떨 때는 엎드려뻗쳐가 돼버려서 벌 받는 최고의 자세가 된다. (벌 많이 서는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자세다...음?)


태양 경배 자세라고 불리는 수리야나마스카라아사나 (Surya Namaskara)는 말 그대로 태양을 경배하기 위해 몇 개의 아사나로 구성되어 있는데 타다아사나(Tadasana 선자세)로 시작해 타다아사나로 끝난다. 우습게도 수리야나마스카라아사나를 할 때마다 정말 상관없는 아침 먹고 ! 점심 먹고 !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오더라~ 하는 동요가 흥얼거려진다. 마치 하루를 잘 살아낸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게 이상한 만족스러움이 밀려온다. 그래서 종종 퇴근을 하고 집에 가 한 번씩 수리야나마스카라아사나를 한 후 허공에 대고 감사합니다-를 고요히 뱉어내곤 한다. 물론 집안이라 태양은 안 보이고 LED 등이 눈을 쑤셔서 감사함이 곧장 사그라들지만.    

  

요가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누가 불렀는지는 모름) 일명 머리 서기 자세인 살람바 시르사아사나 (Salamba sirsasana)는 명함 같은 거다. 요가를 한다고 하면 그거 할 줄 아냐고 많이들 물어보는 데 그거가 보통 살람바 시르사아사나다. 그거를 할 줄 알면 자신감이 붙으면서 다양한 아사나를 더 용감하게 할 수 있게 된다는 선생님의 말에 열심히 물구나무서기라도 해보지만 한참 멀었다. 머리를 땅에 대는 순간부터 몸통과 다리의 무게가 수직으로 하강하듯 밀려 내려오고 나는 땅 밑으로 꺼진다. 목은 삐그덕 삐그덕 팔은 후덜덜 배는 출렁출렁 만약 내가 나를 본다면 아마 눈을 질끈 감지 않을까. 그래도 바르고 빠르게(?) 수련해서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착- 착- 착- 하고 살람바 시르사아사나를 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쉽고 재밌고 주목을 받는 아사나 말고, 요즘 내가 집중하고 자주 수련하는 아사나는 바로 마리치아사나A (Marichyasana A)다.

현자인 마리치(Marichi)의 이름을 딴 아사나로 호흡과 함께 다리 내전근의 힘을 강하게 주면서 정렬을 맞춰 취하는 자세다.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가면서 하는데 처음 요가원에서 마리치아사나를 했을 때 몸이 경직되면서 왼쪽도 오른쪽도 양손을 맞잡을 수 없어 요가 벨트를 잡고 했었다. 너무 자세가 나오지 않아 그날 바로 집에 가서 해보았다. 왼쪽 다리는 접은 상태로 양손이 쉽게 잡혔지만 아무리 해도 오른쪽 다리를 접은 상태로는 양손이 잡히지 않았다. 땀이 삐질삐질 났다. 오른쪽 다리를 접으려 할수록 다리는 자꾸만 힘없이 벌어지고 몸통이 꽈배기처럼 꼬이는 거 같아 눈으로 보면 굽혀지지 않은 상태로 석고처럼 굳어 있었다. 온몸이 멈춘  같았다. 영원히 되지 않을 것처럼.      


아사나를 하나하나 하면서 오른쪽 인공 고관절이 제대로 움직여줄까- 그래도 30년 넘게 쓴 것보다 10년도 안 된 것이 더 쌩쌩할거야- 스스로 격려해보지만, 눈에 띄게 자세가 나오지 않으면 매번 절망이다. 뭐 그런걸로 절망까지 하는가 싶지만 고작 자세 하나로 나는 나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짓는다. 힘없는 오른쪽 다리를 보면서 끝도 없이 비정상이라고 외친다. 그러다 내가 이렇게 병들어 있구나 싶어서 또 절망한다. 자꾸만 눈을 감고 싶다. 눈을 똑바로 뜨고, 시선을 제대로 두고 아사나를 해야 하는데 그냥 아무것도 보지 않고 몸을 한껏 오므려 컴컴한 곳으로 기어들어 가고 싶다.      


에어컨을 켜고 선풍기도 약풍으로 세게 튼다. 마리치아사나를 하다말고 벌러덩 누워버린다. 시원하다. 머릿속도 좀 시원해진다. 눈을 감은 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나는 깃털처럼 가볍게 마리치아사나를 시작한다. 왼쪽은 물론이고 오른쪽도 물 흐르듯 움직인다.  안으로 새콤달콤한 에너지가 스며드는  느껴진다. 입가엔 시원한 웃음이 묻어나고 손끝 발끝에 짤랑짤랑 종소리가 나는 것도 같다. 그렇게 나는 유영하듯 흐르다 물속으로 천천히 잠긴다. 눈을 번쩍 뜬다. 몸도 벌떡 일으켜 세우고 과장되게 숨을 쉰다. 다시 순서대로 아사나를 해본다. 어떤 것도 결말짓지 않고 상상하지도 않고, 지금의 나만 느끼고 지금의 나만 공간에 둔다. 당연히 달라지는 건 없다. 안되는 건 역시나 안된다. 그렇게 오늘의 수련도 운동도 연습도 아닌 시간이 끝이 났다. 괜찮다. 지금 나를 알았다는 것만으로 지금은 괜찮다. 인정하고 난 후의 나는 산뜻해진다. 좋다. 산뜻한 나는 맛있는 밥을 준비하러 간다. 뭘 먹을지 빠르게 정하는 나는 어쩌면 요리를 배워야 할까. (아닐걸)          


*사진출처

https://m.blog.naver.com/gamsahae33/40191767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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