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크 Aug 11. 2021

제왕절개 수술 전 뒹굴뒹굴 중

뱃속의 아기와 함께하는 마지막 여정

호르몬 때문인지 유난히 기억나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속상하거나 이불 킥했던 일들이나 괴로운 상황에 처한 꿈을 계속 꾸고, 보통 꿈 내용을 기억도 못 하는데 일어나도 기억이 선명한 울적한 출산 전 3주를 보낸 후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마음이 진심 편했는데도 계속 힘든 꿈을 꾼 이유를 여전히 알 수 없다. 어쩌면 긴장을 조금은 했었던 것도 같다.)


출산 한 달 전 제왕절개를 미리 확정하고 아기한테 어차피 수술로 원래 출산 예정보다 1주 빨리 만날 테니 수술일에 건강하게 보자고 자주 얘기해준 게 통했는지 조기진통 안 온 걸로도 우리 아기는 효자이다.


입원 첫날, 정맥주사도 없이 뒹굴뒹굴거리다가,

입원 둘째 날, 아침 일찍부터 수액 맞고 빈속을 달래기 위해 병원에서 제공해주는 피크닉 사과맛 음료 같은 포도당 주스도 마시며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꼼지락거리는 뱃속 아기와의 시간을 즐긴다.


가족 및 지인들과 깔깔거리며 통화나 카톡도 하고,

이렇게 편안하게 있는 게 괜찮다 싶을 정도로 평안한 시간이다.

그래도 긴장은 되다 보니 평상시 안 하는 노래 감상을 하려다 결국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수술 전 시간을 때운다.


다른 산부인과 수술과 달리 관장 안 해서 너무 편하다. 화장실에 들락날락하는 것도 힘들지만 관장 위해서 물에 섞어먹는 구역질 나는 인공적인 과일맛 엄청 단 액체와 많은 양의 물을 단시간에 내 위로 들이붓는 건 고체든 액체든 한 번에 많이 먹지 못 하는 나에게 너무 큰 곤욕이다.


임신 막달에 철분제를 먹지도 않는데 변비가 생겼고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 속만 편하게 비우고 가고 싶은데 신호가 안 온다. 술 전 화장실에만 다녀온다면 금상첨화다.


의도치 않게 1주 먼저 세상에 태어나 어리둥절해할 아기를 보기 4시간 전,

두근두근 설레는 오늘이다.


I think I'm ready! See you soon!





해당 글은 며칠 전인 제왕절개 수술 당일 작성했고 업로드 일은 오늘이라 현재 시점 의견 () 남긴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목한 가족은 각자의 삶을 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