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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크 Aug 11. 2021

제왕절개 수술 전 뒹굴뒹굴 중

뱃속의 아기와 함께하는 마지막 여정

호르몬 때문인지 유난히 기억나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속상하거나 이불 킥했던 일들이나 괴로운 상황에 처한 꿈을 계속 꾸고, 보통 꿈 내용을 기억도 못 하는데 일어나도 기억이 선명한 울적한 출산 전 3주를 보낸 후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마음이 진심 편했는데도 계속 힘든 꿈을 꾼 이유를 여전히 알 수 없다. 어쩌면 긴장을 조금은 했었던 것도 같다.)


출산 한 달 전 제왕절개를 미리 확정하고 아기한테 어차피 수술로 원래 출산 예정보다 1주 빨리 만날 테니 수술일에 건강하게 보자고 자주 얘기해준 게 통했는지 조기진통 안 온 걸로도 우리 아기는 효자이다.


입원 첫날, 정맥주사도 없이 뒹굴뒹굴거리다가,

입원 둘째 날, 아침 일찍부터 수액 맞고 빈속을 달래기 위해 병원에서 제공해주는 피크닉 사과맛 음료 같은 포도당 주스도 마시며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꼼지락거리는 뱃속 아기와의 시간을 즐긴다.


가족 및 지인들과 깔깔거리며 통화나 카톡도 하고,

이렇게 편안하게 있는 게 괜찮다 싶을 정도로 평안한 시간이다.

그래도 긴장은 되다 보니 평상시 안 하는 노래 감상을 하려다 결국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수술 전 시간을 때운다.


다른 산부인과 수술과 달리 관장 안 해서 너무 편하다. 화장실에 들락날락하는 것도 힘들지만 관장 위해서 물에 섞어먹는 구역질 나는 인공적인 과일맛 엄청 단 액체와 많은 양의 물을 단시간에 내 위로 들이붓는 건 고체든 액체든 한 번에 많이 먹지 못 하는 나에게 너무 큰 곤욕이다.


임신 막달에 철분제를 먹지도 않는데 변비가 생겼고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 속만 편하게 비우고 가고 싶은데 신호가 안 온다. 술 전 화장실에만 다녀온다면 금상첨화다.


의도치 않게 1주 먼저 세상에 태어나 어리둥절해할 아기를 보기 4시간 전,

두근두근 설레는 오늘이다.


I think I'm ready! See you soon!





해당 글은 며칠 전인 제왕절개 수술 당일 작성했고 업로드 일은 오늘이라 현재 시점 의견 ()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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