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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Feb 03. 2024

제일 맛있는 호두과자

강원도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 막바지에 휴게소를 들렀다. 여행 일정답게(?) 전날 늦은 시간까지 다양한 음식을 먹은 터라 나름의 해장이 필요했다. 휴게소 표지판이 보일 때마다 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른 것.


'아, 호두과자랑 아메리카노랑 먹고 싶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막 구워낸 호두과자가 떠올랐다. 바삭한 표면의 호두과자. 그렇게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호두과자를 사러 출동했다. 호두과자 한 입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 무언가 쑥 내려가는 기분.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티타임을 즐겼다.


휴게소에 있는 수많은 간식들 중 왜 호두과자만 떠올랐을까. 아무래도 제일 많이 먹고, 제일 선호하는 메뉴여서 그렇겠지만. 휴게소 하면 떠오르는 간식은 아무래도 호두과자가 1등인 것 같다. 거의 아이콘처럼.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물론 이 과정은 쉽지 않다...), 혼자 너무 많은 걸 다하려고 하는 욕심이 보인다. '이것도 잘하고 싶고, 저것도 잘하고 싶고. 다른 사람은 저걸 잘하는데, 나는 왜 못할까. 나도 저것까지 잘하고 싶다.' 이런 마음. 그럴 때마다 꾸역꾸역 돌이키려고 한다.


'저 사람에게 없는 게, 나에게 있겠지.'


휴게소 호두과자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의 흐름이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휴게소의 호두과자도 되고 싶고, 알감자도 되고 싶고, 어묵도 되고 싶어 하는 거다. 하지만 나는 하나밖에 될 수 없다. 그리고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만 바라보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 나는, '제일 맛있는 호두과자'가 될 것을 계속 다짐해보려고 한다. 내가 가진 달란트를, 잘 갈고 닦기를.


이따금씩 생각나는, 어느 드라마의 한 대사가 있다.


"세상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아. 자기가 맛있는 걸 먹는 게 제일 행복한 사람. 혼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는 사람. ...그리고 남들이 행복하게 먹는 걸 보는 게, 더 행복한 사람."


남들이 행복하게 먹는 걸 보는 게 더 행복한 사람.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다가도. 나도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남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할 수 있으니.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정말 그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계속 든다.


그래도 '제일 맛있는 호두과자'로. 남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는 사람이 되길, 계속 바라고 싶다.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도 내가 행복해지길 바랄 테니. 같이

행복해지자, 모두들.


(출처 :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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