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경험해서 더 좋았던 기억에 대해
예전부터 가고 싶은 도서관이 있었다. 바로 '다산성곽도서관'이다. 아기자기한 내부 사진부터 보고 반했다.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는 후기에 처음에는 도전하지 못했다. 이 도서관을 처음 알게 된 시기가, 너무도 더웠던 한여름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날씨가 선선해지자 바로 찾아가 봤다.
알고 보니 이전에 근처까지 와봤던 곳이었다. 길이 익숙했다. 그때와 다른 목적지로 다시 오게 되어 반가웠다.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올라 인근 성곽길의 끝자락에 이르자 도서관이 보였다. 빈백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루프탑 공간부터 보였다. 성곽길인 만큼 약수역 쪽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동네 뒷산을 산책하며 보았던 전망의 반대편이었다. 이쪽 자리에 앉아볼까 하다가, 더움과 선선함이 오락가락하는 날씨여서 실내에 가기로 했다.
입구부터 나선형 서가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서가를 따라가니 마치 카페 같은 열람실이 나타났다. 나중에 보니 창문도 폴더형으로 열 수 있어 보다 공간을 개방할 수 있는 구조였다. 아동을 위한 열람실도 따로 있었다.
이어서 위층인 3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의 서가도 특이했다. 1인용 좌식 테이블을 둘러싼 서가 공간이 두 개 있었고, 안쪽에는 다락방처럼 마련해 둔 공간도 있었다. 맨 위의 좌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한쪽 편으로는 긴 창이 나 있었고, 그를 통해 더 높고 넓은 전망도 볼 수 있었다. 마침 날씨도 화창해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까지 보였다.
전망을 보러 도서관을 간 것 같지만. 이왕이면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으면 좋지 않은가. 테이블과 의자만 놓여있는 전형적인 도서관을 생각했는데. 이렇게 공간을 예쁘게 꾸며놓은, 성곽도서관이라는 이름답게 꾸며놓았을 줄이야. 다락방 열람실 공간 또한 우연히 발견해서 더 기분이 좋았다.
이날은 읽을 책도 따로 가져가지 않았다. 그냥 도서관 서가에서 제목만 보고 읽고 싶은 책을 찾았다.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에세이 두 권을 골랐다. 그렇게 우연히 고른 책도 참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드는 문장, 이어지는 생각들을 메모하며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창가로 보이는 풍경도 구경하면서.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들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우연의 기쁨을 누리려면 뭐라도 해야 하는 거겠지. 가보고 싶었던 도서관에 가보고, 맘에 드는 공간과 책을 발견하고, 보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즐거웠다. 모든 게 우연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