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나의 서툰 모습에 대해
서투른 모습을 향해 '인간미'라고도 많이 말한다. 한 사람에게서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 즉 완벽한 줄 알았는데 허술한 면이 보일 때 주로 쓰인다. '못한다'라는 표현보다 좀 더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서툰 모습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완벽을 추구하는 걸까. 물론 맡은 일은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해내야 한다. 그러나 그 기준을 너무 무리하게 나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은 해롭다. 서툰 모습도 함께 사랑하는 너른 마음을 꿈꾸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의 모습이 있다. 내게 없는 성향이나 능력들부터 눈에 띈다. 그래서 '척'을 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참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그래서 오래가지 못한다. 어렸을 때는 여기에 힘을 더 쏟으며 애썼던 것 같은데. 시간이 갈수록 그 힘이 빠진다. 괜한 허무함만이 남고,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완벽해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한계로 인해 서툰 모습이 생겨난다. 말을 얼버무리고, 물건을 잃어버리고, 해야 할 일의 순서를 헷갈리고,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등. 예의를 지키고 책임감을 가지며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나의 서투름은 끝이 없다. 특정 사례들을 꼬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럼에도 이런 나를 사랑스럽게 봐주고, 참아주고, 아껴주는 사람들도 참 많다. 우선 나부터 나 자신을 그렇게 아껴주려고 한다.
누군가를 의식해서 나온 모습이 아닌, 자연스럽게 나오는 나의 여러 모습들을 사랑한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쌓일 때 생기는 단단함을 소망한다. 나의 서투른 모습들은 좌충우돌하면서도 똑바로 나아갈 삶의 여정들에 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