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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Apr 11. 2023

추억의 캔을 따보자

참치비빔밥

내게 남다른 추억인 식재료가 있다. 바로 캔참치. 대학 시절 약 1년 동안 어학연수로 일본 도쿄에서 살았을 때 비상식량처럼 있던 품목이다.


특히 일본에서 지낼 때 캔참치는 비교적 저렴해서 틈나는 대로 구비해 뒀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는 은근히 비싼 존재다. 그런데 어느 날, 부엌 찬장을 열어보니 캔참치 묶음이 보였다. 캔참치를 활용한 메뉴를 먹고 싶었던 동생이 사 온 것이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점심, 쌈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그동안 채소를 잘 챙겨 먹지 못한 것도 있고, 마침 캔참치도 있으니! 예전에 요리를 주제로 한 웹툰에서 소개한 레시피로 만들어 본 적도 있었다.


먼저 캔참치의 기름을 빼서 넓은 보울에 담는다. 그다음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통깨, 후추 약간을 넣고 섞어준다. 이렇게만 하면 양념 참치가 완성된다. 그런데, 순간 갑자기 생각이 멈췄다.


'아예 그냥 다 넣고 비벼 버릴까?'


어느새 나는 양념 참치를 면기에 나눠 담고, 그 위에 각각 밥을 푸고 있었다. 나아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걀프라이를 만들었으며, 상추를 씻어 물기를 턴 다음 족족 찢었다. 그렇게 재료들을 담고, 고추장을 퍼서 모든 재료를 다 함께 쓱쓱 비볐다.



앞서 캔참치에 남다른 추억이 있다고 했는데, 사실 한 가지 추억이 더 있다. 바로 대학교 식당, 즉 학식으로 가장 많이 먹었던 메뉴가 참치비빔밥인 것이다. 나름 저렴한 가격에 포만감도 있어 가성비가 높았던 메뉴. 상추를 좀 더 잘게 찢어주시면 좋겠다며 속으로만 투덜거렸던 메뉴.


결론적으로는 쌈밥 대신 비빔밥으로 먹길 잘했다. 쌈밥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상추를 놓고 그 위에 참치와 밥, 고추장을 올린 다음 쌈을 싸서 입으로. 그것보다는 숟가락으로 한꺼번에 먹을 수 있었으니 깔끔했다. (물론 쌈밥만의 식감과 매력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날 오랜만에 참치비빔밥을 먹으면서, 묘하게 예전이 그리워졌다. 대학생 때 했던 고민들, 맞닥뜨렸던 두려움들. 허무하지만,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고민도 두려움도 많다. 하지만 무언가 크고 작게 도전하고 시도하면서, 아주 조금씩 변화하고 있겠지. 새로운 곳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고,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서. 그렇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조금이라도 달라지길.


캔참치는 아직도 찬장에 남아있다. 다음에 또 한 번 비벼먹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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