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밥은 먹고 가요

혼밥집에 오셨군요.

by 김두필

아주 외진 곳.

아주 옅은 빛만이 존재하는 곳.

길이 없는 곳이었다.

시간도 흐르지 않는 공간.

죽은 자의 마음에 딱 '밥 한 끼' 생각이 날 때.

그곳에 식당 하나가 조용히 나타난다.


허름한 간판.

바랜 나무 문.

오래돼서 삐걱 거리는 소리.

그리고 아주 작은 글씨로 쓰여있었다.


[혼 밥 집]


혼자 밥을 먹는 집.

혹은 혼들이 밥을 먹는 집.

흔히들 말한다.

먹고 죽은 귀신이 떼깔도 좋다고.

죽어서라도 한 끼는 먹고 가고 싶은 이들을 위한 마지막 식탁.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에는 늘 따듯한 국물 냄새가 감돈다.

김이 피어오르는 솥의 온기가 주방을 가득 채운다.


식당을 지키는 이는 백발의 사내.

나이를 먹어서 백발인 걸까?

아니면 태생이 백발인 것일까?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남자.

이름은 백여운.

혼밥집의 주인이자, 요리사다.


말이 많진 않다.

표정도 잘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건네는 한마디는 죽은 이의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밥은 먹고 가요. 길은 멀고, 기억은 무겁잖아요."


백여운의 혼밥집은 그러한 곳이다.

딱 한 끼.

한 사람에게, 한 번만.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깊이 남은 음식 한 가지를 정성을 다해 만들어 주는 곳.


된장찌개일 수도 있고.

김치볶음밥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그 흔한 맵고 눅눅한 떡 라면 한 그릇일 수도 있다.


물론 맛도 중요하지만 이곳에서 중요한 건 바로 기억이다.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살이 있을 때의 기억이 천천히 피어오른다.


그 기억은

기쁨일 수도 있고.

후회일 수도 있고.

혹은 어쩌면 그냥...

묻어뒀던 감정 하나일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기억하는 이야기와 감정은 다르니까.


그런 영혼들의 식사가 끝나면.

등 뒤에 작은 문이 열린다.

아주 조용히 마치 바람처럼.


그 문 너머는 저승이다.


"오늘은 어떤 냄새가 나려나?"


백여운은 조용히 불을 올린다.

솥 속에서는 백여운의 육수가 팔팔 끓고 있다.

조용히 한 숟가락 육수를 맛보는 그.


"됐어. 오늘도 손님을 맞이해 볼까?"


그의 말이 끝나자.

덜 컥 하며 문이 열린다.

누군가가 또 밥을 먹으러 온다.


그렇게 혼밥집의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하루.

혹은 영혼이 남긴 따뜻한 밥 한 끼.


혼밥집의 불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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