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맵고 짜고, 따가운 냄새가 날 것 같군
백여운은 조용히 팬을 닦고 있었다.
기름도 두르지 않은 팬을 그는 연신 닦았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오늘은... 맵고 짜고, 따가운 냄새가 날 것 같군."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백여운은 느끼고 있었다.
오늘의 기억을.
그리고 느껴지는 기척.
곧 혼밥집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젊은 여자가 들어섰다.
후드티를 눌러쓰고 있는 여자.
하지만 그녀의 텅 빈 눈, 말라붙은 입술은 숨길수가 없었다.
그녀는 식당 안을 한번 둘러보고, 문이 닫히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여기... 어디인가요?"
"뭐... 밥을 먹는 곳입니다."
"밥이요?"
"네..."
"전... 죽은 건가요?"
"네. 하지만 밥은 드실 수 있어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몸을 움츠린 채, 얼굴을 들지 못하고 식탁 위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런 그녀에게 백여운이 말했다.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신가요?"
"... 김치볶음밥이요."
"당신의 기억 속 그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어떤 거였나요?"
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렇게 혼밥집에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만든... 김치볶음밥... 밥은 찬밥이었고, 햄도 못 넣고, 불 조절을 못해서 늘어 붙고... 신 김치만 들어갔던 그 볶음밥이요... 근데... 애가 맛있다고 했어요."
"아 그렇군요."
그녀의 이름은 윤지혜.
서른일곱, 싱글맘.
여덟 살 아들과 함께 살아온 지 8년째.
남편은 있지만 없는 게 더 나은 삶.
무심한 세상 속에서 가난과 외로움은 매일 그녀를 찔렀다.
세상은 그녀를 괴롭혔다.
그날 아침도 그랬다.
눈이 부을 만큼 울고, 입술이 터질 만큼 맞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아침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부엌으로 갔다.
냉장고를 연 그녀.
냉장고에 있는 거라곤 먹다 남은 신김치뿐이었다.
그 흔한 야채도 없고 햄도 없었다.
그저 말라 붙은 찬밥.
딱 그것만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김치와 밥을 넣고 볶기 시작했다.
애가 밥은 먹여야 하니까.
8살 아이는 먹고 힘을 내야 하니까.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이 바로 그녀의 기억 속 김치볶음밥이었다.
백여운은 조용히 불을 올렸다.
기름을 두르고, 신 김치를 자글자글 볶았다.
팬에 밥을 놓고 세게 누르듯 볶았다.
불조절은 일부러 거칠게.
김치 국물은 조금 남기고, 고추장은 반 숟갈만.
마지막으로 눌어붙게 그대로 조금 더 익혔다.
대충 만든 듯 정성스러운, 그녀의 마지막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이거... 정말 내가 만든 그거랑 똑같네요..."
윤지혜는 두 손으로 숟가락을 감쌌다.
숟가락을 꼭 쥔 그녀의 손 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참으며 그녀가 말했다.
"그날... 애가 처음으로 그랬어요. 엄마 오늘 밥 정말 맛있다고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볶음밥입니다. 드셔보세요."
그녀는 한 숟갈을 떴다.
입에 넣자마자 눈이 흔들렸다.
"맛있네요... 맛있어요..."
눈물이 뚝, 숟가락 위로 떨어졌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입술.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녀가 말했다.
"그날... 밥 해주고, 애 보내고, 그대로 욕실에 들어갔어요."
"네..."
"그리고 문을 잠그고 면도칼을 들고..."
그녀는 그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대신 묵묵히 밥을 먹었다.
물도 없이 꾸역꾸역.
눈물 섞인 김치볶음밥을 숟가락으로 꾹꾹 떠서, 끝까지 남기지 않고 입에 넣었다.
식사가 끝난 순간, 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조용히 마치 바람처럼.
식사를 마친 윤지혜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 작은 가방을 멘 아이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웃으며 밥풀 묻은 입을 닦는 아이.
"승우니...?"
그림자였지만, 그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 아이는 그녀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말했다.
"엄마, 잘 먹었습니다."
윤지혜는 왈칵 눈물을 흘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그런 눅눅한 밥을... 엄마가 죄책감을 지우려 한 밥을... 넌 웃으면서 먹었구나..."
그렇게 아이의 그림자는 사라졌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들고 조용히 문을 향해 걸어갔다.
마지막 순간, 그녀가 백여운을 항해 말했다.
"그 한 끼는 지금 생각해도... 만들길 잘했네요."
그리고 그녀는 떠났다.
뭄이 닫히자 식당 안엔 다시 김치 냄새만 남았다.
그리곤 한 젊은 여자가 조용히 식탁을 정리했다.
깨끗한 앞치마를 맨 그녀는, 한참 동안 식기만 닦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이었다
이름은 하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기억이 없는 그녀.
그녀를 바라보던 작은 도깨비가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맵네요 오늘 밥... 눈물로 간을 해서 그런가? 간 이 좀 쎄다 아닙니꺼."
조그맣고 뿔난 도깨비 봉돌이.
말은 많지만 눈치는 빠른 녀석.
백여운은 조용히 그릇을 닦으며 대답했다.
"입보다, 마음이 먼저 울었으니까... 참..."
그렇게 혼밥집에서 나온 첫 번째 한 끼는, 한 아이의 미소와 한 엄마의 눈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