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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필 Nov 19. 2023

아빠, 잘 가요.

2023년 6월 12일 아버지의 수술(1)

눈을 떴다 감았다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아버지의 수술 날이 되었다.

그날 아침은 하나님을 찾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던 것 같다.

참 사람이 간사하다.

내가 힘들고 내가 어려울 때가 돼서야 하나님을 찾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른 아침부터 나와 동생은 삼성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수술 약 1시간 전, 그러니까 아침 6시 30분쯤 아버지를 병동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버지의 얼굴 표정을 보니 걱정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목숨을 건 수술이다 보니 잠을 설치신 것 같았다.


"잠은 좀 잤어?"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어... 잤어."


"괜찮을 거야 오늘 수술만 무사히 잘 넘기면 다 괜찮아질 거야..."


"그려~ 그래야지..."


아버지와 나 그리고 동생은 아무 말이 없었다.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이제는 아버지 컨디션을 믿고 교수님을 믿고 그저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도 없고 이제는 수술실로 들어가 운명과 맞서야 한다.

그 운명과 맞서 싸우는 건 아버지의 일이기에 나도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대신 싸워 줄수도 없고 이제는 온전히 아버지 혼자 싸워야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아무 말이 없이 시간을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수술 시간이 다가왔다.


"아빠 잘하고 와..."


"그려..."


"한숨 자고 나면 끝날 거여..."


"알것네..."


그렇게 아버지는 수술실로 이동하기 위해 병동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와 동생도 3층에 있는 수술 대기실 앞으로 이동을 했다.

대기실에는 큰 화면과 대기자들이 앉아 있을 수 있는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쪽에는 핸드폰 충전기가 마련되어 있었다.

많은 수술과 긴 수술이 있는 만큼 핸드폰 충전기에는 쉴 새 없이 사람들의 핸드폰이 오고 갔다.

그렇게 대기실에 앉아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오전 7시 39분 알림 소리와 함께 아버지가 수술실로 들어갔다는 문자가 나에게 왔다.


[ooo님이 대기실에서 수술실로 입실하셨습니다.]


이제는 정말 아버지의 수술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나와 동생의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아주 오랜 기다림이...


"아빠 괜찮겠지?"


동생이 나이게 물었다.


"괜찮을 거야... 쉽게 죽을 인간이 아니다. 너네 아빠는..."


아버지는 강한 사람이었다.

형사생활을 하면서 위험한 상황도 많았다.

한 번은 범죄자를 잡으러 갔다가 목과 가슴사이에 칼이 찔린 적도 있다.

그때도 아슬아슬하게 위험한 곳을 비켜나가 아버지는 살 수 있었다.

형사인 아버지는 이렇게 위험한 상황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신장이 망가졌을 때도 아버지는 나에게 신장이식을 받아 잘 살았다.

또한 아들에게 받은 신장으로 오래 살기 위해 열심히 관리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어서 그랬을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자신의 상황을 보고했다.

나에게 전화하면 항상 이야기하는 것들이 있었다.

약은 잘 먹고 있다.

체중 관리를 하려고 오늘은 운동장을 돌았다.

식이 조절을 하고 있다.

신장에 좋은 음식을 먹고 있다.

오늘은 병원에 다녀왔는데 신장 수치가 좋았다.

이런 식으로 나에게 항상 보고 하듯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열심히 관리를 했으니 아버지는 쉽게 죽지 않을 거라고 난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동생이 사 온 커피를 마셔가며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실의 모니터에는 아버지의 이름만 계속 남아있고 다른 사람들의 이름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었다.

그만큼 오래 걸리는 수술이라는 것이 실감이 되고 있었다.

시간은 정말 느리게 흘러갔다.

평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 1~2시간을 훌쩍 지나갔다.

하지만 그날은 아무리 핸드폰을 들여다봐도 시간이 흘러가질 않았다.

정말 그렇게 긴 기다림은 처음 겪어보는 것 같았다.


자신의 가족의 생사를 기다리는 시간은 결코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평소의 시간과는 정말 차원이 다르게 흘러갔다.

왜 이러한 상황에서의 시간 천천히 흘러가는 걸까?

평소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를 볼 때는 그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데 말이다.

아버지의 수술을 기다리면서 영화를 안 본 것도 아니다.

시간이 긴 만큼 영화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별일 별짓을 다 했지만 시간은 가지 않았다.

그렇게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아마 아버지와의 지나온 시간을 곱씹어 보는 시간을 주기 위함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버지와 추억을 회상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이라고 난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버지와 있었던 일이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원망하게 된 일.

아버지께 크게 혼나고 맞았던 일.

뭐 간혹 아버지가 나에게 주었던 용돈.

같이 밥을 먹고 술을 한잔 했던 시간.

신장 이식 수술을 하고 마주했던 시간 등.

그동안 기억이 나지 않았던 부분까지도 어느새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참 신기하고도 희한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옛날에 아버지와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으니 말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또다시 띵동 소리와 함께 나에게 문자가 왔다.


[ooo님 수술이 종료되어 중환자실로 이동하십니다.]


아버지의 수술이 끝났다.

그리고 들려오는 방송 소리.


"ooo님 보호자분은 중환자실 앞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후 2시 48분이었다.

약 7시간이 흐른 뒤에야 아버지의 수술이 끝이 났다.

나와 동생은 아주 빠르게 중환자실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중환자실의 벨을 눌렀다.

잠시 후 교수님이 중환자실에서 나왔다.


"보호자분 이 시죠?"


"네..."


"일단 수술을 잘했고요... 일단을 중환자실에서 지켜봐야 될 것 같아요. 의식도 돌아와야 하고 합병증이 올 수도 있고 갑자기 출혈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근처에 계시고요...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환자실 면회는 한분만 가능하시니까 간호사 선생님들 안내에 따라 면회하시면 될 것 같아요."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직 지켜봐야 하니까... 우선 아버지 얼굴 한번 보세요."


"네..."


우선 아버지의 수술은 잘 끝났다고 말씀하셨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으면 의식이 돌아오고 괜찮아질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잠시 후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아버지를 봤다.

아버지의 안색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낯빛이 어둡고 메마른 듯 보였다.

수많은 호수를 몸에 단채 아버지는 눈을 감고 잠을 자고 있었다.

아마 아버지는 꿈속에서 의식과 싸우고 있었을 것이다.

의식을 잡고 다시 깨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말없이 한참을 아버지 얼굴만 보다가 중환자실에서 나왔다.

나와 동생도 긴장감이 풀려 힘이 쫙 빠졌다.

안도감이 밀려온 것도 사실이었다.

적어도 수술실에서 돌아가신 건 아니라는 사실이 안도감을 준 것이다.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다.

이제는 회복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그날의 하루는 아무 일 없이 끝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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