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두필 Dec 15. 2023

아빠, 잘 가요.

2023년 7월 20일 또다시 폐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간혹 하던 아버지와의 통화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니 거의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 같다.

심장은 확실히 좋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폐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폐에는 또다시 물이 차기 시작한 것이다.

심장만 돌아오면 모든 게 다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악마 같은 이놈의 병은 아버지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재활에 온 힘을 다 하던 아버지도 이제는 힘이 빠지신 것 같았다.

열심히 하던 폐활량 운동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아니할 수가 없었다. 폐 기능이 점차 나빠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당사자가 아닌 나도 이렇게 힘든데 가장 희망을 가졌던 아버지는 오죽하였을까?

아마 아버지가 가장 실망감이 컷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렇게 폐에 물을 다시 빼내기 위해 결국 다시 호수를 끼워 넣었다.

다시 돌고 돌아 처음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버지는 말 수가 적어지셨고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5월 말경에 병원에 들어와 어느덧 2달 가까운 시간을 아버지는 병원에서 보내고 계셨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힘이 빠져 가면서 말이다.


병원에서는 폐렴 치료는 3개월 정도는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믿고 달려온 것이 어느덧 2개월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직 남은 1개월에 아주 작은 희망을 가지고 나와 아버지는 버텼다.

사실 하루하루가 힘들긴 했다.

점점 쇄약 해져 가는 아버지를 지켜보는 나도 점점 힘이 들었다.

심장 수술이 끝나고 회복이 되어가면서 아버지는 내게 말했다.


"이번에 다 잘 끝나고 나가면 심장 환우들을 위한 블로그 포스팅을 해야 거었어~"


"심장? 웬 심장."


"심장 안 좋은 사람들을 위해 글을 써서 올리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


아버지는 은퇴 후 신장 환우들을 위한 글과 정보를 많이 썼다.

신장 이식을 받은 사람으로서 꼭 해야 하는 일처럼 말이다.

나에게도 신장이 하나 없으니 항상 건강에 신경을 쓰라며 잔소리를 하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가 이번에는 심장 환우들을 위한 글을 쓰겠노라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재활을 하던 아버지였는데...

그런 아버지가 폐로 인해서 병원을 나가지 못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 큰 대수술도 벼텨냈는데 말이다.


나도 그런 아버지를 보며 점점 예민해져 갔다.

수술 직후에는 통화도 하고 문자도 하고 했던 아버지였는데...

점점 통화는 힘들어져 가고 문자도 드믄드믄 연락이 안 되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문자라고는 중간정산을 하라는 문자뿐이었다.

돈 내라는 문자는 정말 정확하고 신속하게 오는 것 같다.

그렇게 작은 일에도 예민해져 가는 그때 어느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아이고... 나이 들고 폐렴이면... 힘들다고 봐야지..."


누군지는 지금 정확히 생각이 안 나지만 나이 드신 어르신이 저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저 말을 듣는 순간 정말 마음이 불 같이 타올랐다.

그 자리에서 당장 쌍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화낼 여유도 없었다.

나의 모든 신경은 아버지에게로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대사 중 하나이다.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사람은 주둥이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쉽게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당사자 그리고 당사자의 가족들 입장을 배려한다면 저런 말은 절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거의 이러한 경험을 해본 사람이 아니다.

그냥 지레 짐작하고 들은 것을 말하는 사람이다.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저렇게 이야기할 수가 없다.

지금의 나 역시 내 주변의 어떤 사람에게도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없듯이 말이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건 위로가 가장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그 어떤 말도 상대방에게는 위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위로를 하기보단 그저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잘 듣는 사람이 되자고 항상 다짐하고 다짐한다.


아무튼 그렇게 아버지의 폐는 점점 약해져 갔다.

물을 빼고 또 빼도 호전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점점 늪에 빠져가고 있었다.

계속되는 폐렴 치료와 갖은 항생제 치료에도 아버지의 폐는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간절한 아버지와 가족의 마음을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는 폐암이 의심이 된다며 ct를 찍어보자는 말이 나왔다.

폐암... 전혀 다른 녀석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폐암이라는 녀석이 아버지를 찾아온 것일까?





작가의 이전글 아빠, 잘 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