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하탄에서도 쉽게 갈 수 있는 BIG APPLE CIRCUS
아주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서커스를 생각하면, 그 오래된 영화에서 나오던 조금 힘든 삶, 그리고 악질사장님이 머릿속에 그려졌었다. 그런데 태양의 서커스를 보고 나는 기립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몸으로 온갖 형태로 인간의 몸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중력의 힘을 거부하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점프를 하는 모습에서 예술가의 혼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와, 인간의 몸으로 이게 가능하구나.’
그들이 무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직접 보지 않았어도 그들의 근육과 몸짓은 그 고된 시간이 예술로 승화하는 모습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어느새 서커스의 광팬이 되어, 유명 가수의 공연과 서커스 중에 뭐 볼래 하면(물론 잠시 고민이야 되겠지만) 단연 서커스를 선택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돈..
그 돈이 문제였다. 보통 태양의 서커스는 기본이 백 달러는 당연히 넘고, 가족끼리 가게 되면 수백 달러는 무참히 깨지고 만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제일 앞자리를 천 달러 주고서라도 보고 싶지만, 내 마음과 통장의 숫자는 항상 비례하는 게 아니라서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그런데 또 하나 문제가 있었다. 거리다.
뉴욕에서 태양의 서커스가 열리면, 가까운 뉴저지 쪽이나, 혹은 퀸즈에서 열리는데, 밤늦게 시작하다 보니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기란 여간 찜찜한 게 아니다. 물론 사람들이 많을 때야 문제는 없지만, 어둑한 밤에 길도 잘 모르는 퀸즈 쪽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라도 하는 순간이 오면 난 아마 등골이 오싹해질 것만 같다. 뉴욕뉴스에 뒷통수맞고 쓰러진 사람이 얼마 전에 나왔던 것만 같은..???
다행히 이런 부류의 나를 위한 것인지, 맨하탄에서 볼 수 있는 서커스가 있었다. 링컨센터의 부지를 이용해서 천막을 세워 공연하는
BIG APPLE CIRCUS
아무래도 뉴욕의 맨하탄을 빅애플이라고 부르다 보니 이런 상호명을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싶은데, 링컨센터의 부지에서 간이로 지어진 서커스장이다 보니 규모가 역대급으로 크다던가, 단원들의 스킬이 저세상급이라던가 하지는 않다.
대신 그들은 다른 방법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공연이 시작될 때마다 그 공연의 주인공이야기가 영상으로 나오고 가족들도 소개되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내레이션이 펼쳐진다.
마치 인간극장의 한 장면 같다.
그런데 사람마음이 웃긴 게 그 영상을 보고 공연을 보다 보면 조금 더 마음이 아찔하다. 내가 아는 것만 같은 그 사람이 공연에 성공하길 기원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아찔한 상황이 오게 되면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내 두 눈을 가리고 만다. 내 일도 아니건만, 입가에서는 신음소리가 나오고, 손에 긴장감으로 가득하여 점차 습기가 찬다.
사진으로만 봐서는 너무나 평이해 보이지만, 스토리의 힘은 위대해서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서커스였던 빅애플서커스. 저 분이 저 그네에서 떨어질까봐 온몸을 베베꼬며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심지어 공연티켓값도 다양해서 조금 뒤쪽에서 보면 저렴하게 볼 수 있는데 공연장이 작아서 보는데 큰 지장도 없다. 물론 난 이 날 우리 좌석에 다른 사람이 먼저 안내되어 가장 앞자리로 업그레이드되는 행운을 얻었다. 목이 꺾어질 것 같았지만, 그야말로 날 것 그대로의 서커스를 본 것 같은 느낌.
게다가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스토리가 있던 서커스. 자신의 핸디캡을 파악하고 그걸 어떻게 승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였던 거 같다.
그러므로 오늘도 난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안돼.’라고 하기 전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또 보고 싶다
빅애플서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