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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l 09.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68. BBB

B


학점에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B이지만,

플랜에서는 꼭 필요한 플랜 B이기도 하고,

장마에서는 하늘에서 내리는 B가 된다.


난 이 세 가지 B를 모두 좋아한다.

여분의 느낌이면서도 허투루 볼 수 없는 느낌의 B,

그중에서도 하늘의 비를 가장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다.


미국에서 비가 올 때면, 큰 창문이 있는 카페로 달려가곤 했다. 창문에 맺히는 빗줄기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비가 그칠세라 조마조마한 마음을 부둥켜 얼마나 날쌔게 달렸는지. 참 에너지가 넘치던 시절이었다.


다행히 한국 집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어 카페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수고를 조금 덜었다. 집안의 창문을 잔뜩 열어 놓고 빗소리를 음악 삼아 차를 마시다 보면 어깨에 들어갔던 힘도 스르륵 풀린다. 문제는 빗소리와 함께 핀잔도 들어야 하지만. 이를 테면, 바닥에 곰팡이가 슬면 어쩌려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냐는 말소리.


그렇게 애틋했던 비였는데, 우중충한 하늘에서 미스트형태로 뿌려지는 비를 보면, ‘오려면 오고, 말려면 말어.’라며 구름에 삿대질을 하고 싶어 진다. 구름이 분무기로 변했나? 우산을 써도 온몸이 끈적끈적 촉촉해진다.


햇볕이 쨍쨍 나는 여름은 숨쉬기가 힘들고 전기세도 무섭지만, 선선한 가을날씨를 위해 이 날씨들을 거쳐가야 한다면, 이제는 그냥 빨랑빨랑 겪어 버리고 싶다. 그리하여 이제는 비가 와도 무심한 얼굴로 우산을 펴고는 발이 젖을까 조심하며 걸으며, 이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 고대한다.


물론 사람마음이란

요즘 일기예보처럼 오락가락하니,

막상 가을이 오면 뜨거웠던 여름과

그 여름 이전에 내리던 장마시절의 비가 그리워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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