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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l 11.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70. 여름의 필수템 얼음목걸이

“친구가 얼음목걸이를 가져왔는데, 다들 그거 한 번씩 써보겠다고 순서 기다리는데, 엄청 치사했어.”


아이는 푸념 어린 말로 말했다. 그때, 처음 들은 얼음목걸이가 신기해서 검색까지 해봤다. 왜 아이들이 열광하는지 알 듯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백화점 팝업행사로 얼음목걸이를 팔고 있더랬다. 사라는 신의 계시인가? 이럴 때는 계시를 놓치지 않고 잘 캐치하는 편이라 바로 구입했다. 넉넉히 사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가격대가 있어서 아이 꺼만 샀다. 물론 내 작은 친구가 안 쓰면 내가 써야지라는 심정으로 내 목에도 껴봤다. 철두철미하게 확인하고 용의주도하게 구매한 얼음목걸이를 목에 걸치자, 이곳이 얼음방이 더랬다.


-나도 하나 사고 싶다.


아니다. 참아야겠다 생각했다. 두서없는 소비의 슈퍼 P인들, 쓸데없는 지출은 참겠다고 마음먹은 터였다. 하물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에어컨을 틀기 애매해서 선풍기 앞에 앉아 있는 나인데 무너질 수 없지.


그렇게 하나만 산 얼음목걸이 소식이 친정집까지 들렀다.


“얼음목걸이 어디서 샀니?”

즉, 나도 하나 사다 줄래? 의 변환말.


때마침 또 그 백화점 근처에 갈 일이 있어서 이것은 신의 계시라고 생각하고, 바로 제일 큰 거를 선물용으로 샀다. 내꺼는 아니지만, 무게는 어떤지 얼음유지시간은 어떤지 꼼꼼히 물어보고 가장 비싼 거로 샀다. 나도 사고 싶었다. 하지만 또 참았다. 투명봉투에 예쁘게 담긴 얼음목걸이를 들고 쭐레쭐레 집으로 가는데, 갑자기 누군가 큰소리로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저기요! 저기요!”


뒤를 돌아보니, 아파트 청소용역아주머니께서 부르시는 것이었다. 내가 뭔가 흘려서 바닥을 더럽혔나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깨끗했다. 왜 부르신 걸까? 콩닥콩닥


“그거 어디서 샀어요?”

“네?”

“그 목에 두르는 그 차가운 거.”

“아. 이거 백화점에서 샀어요. 잠깐동안 판다고 그러더라고요. “

“팝업스토어, 그런 건가 보죠?”

“네.”

“그거 젤린가? 젤리?”

“네 젤리 같은 얼음이요.”


그러면서 우리는 얼음목걸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다이소에서 하나 산 게 천으로 되어 있어서 아주 별로여서 새로운 것을 찾는데 내가 마침 딱 지나갔다고 하셨다. 그분에게도 신의 계시가 찾아온 것이었다.


“어머 얼음목걸이를 다이소에서도 팔아요?”

“응 근데 나는 별로라서 찾아보고 있었는데 딱 들고 가더라고. “


라고 시작하여 얼음목걸이의 폭넓은 대화가 이어지다가, 내가 산 제품과 이미 사랑에 빠지신 듯했는데, 최대 2시간 반 동안만 차가움이 유지된다고 하자 갑자기 슬퍼지셨다.


“아.. 반나절은 가야 하는데..”

“그러면 좋을 텐데.. 얼음이니까 어쩔 수 없죠.”

“그럼 다시 얼려야 하나? “

“냉장고에 넣어야 할 거예요.”

“아휴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서로 뭐가 감사한지 서로에게 감사하다가 우리는 각자의 길로 돌아섰다. 혹시 사셨더라면, 조금이라도 시원하셨으면 좋겠다.



오늘의 소망:

반나절 가는 얼음목걸이 나오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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