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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l 12. 2024

항마

15. 다가올 위험은 점차 짙어지고

태완은 비어있는 크리스탈컵에 얼음을 넣어 하나는 물만 채우고는 다른 하나에는 위스키를 따랐다. 물을 따른 잔을 선우에게 건네자, 선우는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더니 몇 모금 들이키고는 물잔을 만지작거렸다. 컵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여긴 어디인가요?”

“내 집.”

“왜 날 데려왔죠?”


선우가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으로 데려갈까하다가 자신의 주치의도 있어서 집으로 데려왔다는 간단한 답변에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잖아요.”

“어떤 사람인데?”

“이 목걸이는 갑자기 왜 주시는 거죠?”

“갖고 싶었던 것 아닌가?”

“그렇지만..”

“당신에게 더 필요한 것 같아서 맡겨준 것 뿐이야. 완전 줬다고 착각하지마.“

“..”

“당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때?“

“당신이 누군지 알고요.”

“밑져야 본전이지.”

“그럼 다 들으시고 나서 하나만 부탁해도 되나요?”


선우는 한 손으로 나머지 손의 손가락을 만지막거리면서 조용히 말했다. 여전히 태완의 눈은 못마주치는 상황이었다.


냥-

선우의 발밑에 있던 고양이가 태완쪽으로 이동한다. 태완이 고양이의 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예전에 한번은 정신을 크게 잃은 적이 있어. 깼을 때, 나는 피투성이였지. 그때 이 고양이가 나의 볼을 핥고 있더라고. 사실 고양이를 키울 상황도 아니었는데 이 고양이가 낯설지가 않더라고. 그래서 그냥 두고 올 수 없어 지금까지 보살피고 있지. 이 정도면 대답이 되었을까?”


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완을 바라 보았다. 이제서야 제대로 쳐다볼 수 있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10세 이전에는 기억이 없다는 것부터? 아니면 현수와 알게 되었던 때부터? 아니면 현세라는 곳에서 일어났었던 일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해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저에게 부모님같은 분이 있어요. 목걸이를 항상 끼게 하셨죠. 이 목걸이가 의미하는 바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그 목걸이를 잃어 버렸고, 깨어났을 때는 모르는 곳이었죠. 그 곳은 여기와 같으면서 달랐어요. 믿겨지시나요? 사실 저도 잘 믿겨지지가 않아서..하여간 거기서 좀 사건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어요. 그렇게 도망가는데 목걸이를 든 당신을 보게 되었어요.“

“태완.”

“네?”

“내 이름은 태완이라고.“

“네..지금 말하는 게 모두 거짓말같지만, 이 목걸이가 저랑 뭔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알려면 다시 이전에 있었던 그곳을 가야할 것 같은데, 사실 뭐가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그곳에 데려달란 말인가?”

“아니요. 아직 잘..혹시 먼저 저희 부모님이 괜찮은지 알아봐주실 수 있을까요?“


태완은 위스키를 한모금 마시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선우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며 그녀의 부모에 대해서 확인해보라는 그의 지시사항을 듣고 있다 보니 선우는 조금씩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던 게 조금씩 느려지며, 몸이 노곤해졌다.




“뭐 이런 개같은 녀석들을 봤나.”


갑자기 목걸이를 가진 이를 알아봐달라는 취소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핸드폰으로 전송된 모든 데이터가 삭제된 걸 확인한 김경배는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벽에 던졌다. 사방으로 튀는 물을 바라보며 등을 들썩이던 김경배는 숨이 고르게 될 때까지 잠시 그대로 멈춰있었다. 겨우 평소의 리듬을 되찾은 그는 할아버지의 사진이 있는 곳 앞으로 다가갔다.


-아주 다 죽여버리겠어요.


그의 검게 어둑했던 눈은 조금 더 짙어져만 갔다. 데이터는 전부 지워졌지만, 집안에 있는 도표까지는 그들이 손을 데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분명 이것도 전부 없애로 수분내로 올 게 분명했다. 그들은 자신보다 더 철저하게 본인들의 행망을 언제나 지워갔다.


목걸이와 그 여자는 그와 함께 있는 게 분명했다. 그의 거처를 알아내는 건 쉽지 않을 터였지만, 분명 방법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얼마 전에 유명한 보석상 하나가 행방불명된 사건이 있었다. 어쩌면 그게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 김경배는 금고에 숨겨둔 현금과 총과 밀매로 사들인 진검을 챙기고는 남아 있는 중요자료와 함께 자리를 떴다. 일단 거기서부터 시작해야겠다 싶었고, 커다란 전쟁을 준비해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분명 어제 하루동안 먹지도 못했는데 기운이 솟아났다. 어쩌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든 할아버지의 사진을 외투 안주머니에 넣으며 다짐했다. 그녀의 목과 목걸이를 바치고, 그녀의 목에서 나온 피로 할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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