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과학적인 이야기보다는 신화적인 Leg에 관한 이야기

by 남배추

"넌 참 다리가 일자야"


이 멘트는 우리집에서 내 다리를 볼 때마다 하는 말이다. 이것은 일종의 뿌듯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문장이다. O자 다리가 아니라 일자다리를 빚어냈다는 종류의 만족스러움인데, 이 이야기를 하자면, 다시 한번 어릴 적 시절을 소환해야 할 것이다.


우리집은 콧구멍 2개만 있었던 나의 얼굴에 코를 빗어주었다고 했다. 너나 나나 이웃이나 이웃이 아니나 모두가 나의 코를 만져주어 콧대를 세워줬다나 어쨌다나. 그리고 다리 또한 쭉쭉 잡아당겨줌으로써 일자다리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나의 다리도 아침마다 쭉쭉 잡아당겨졌다.


등에 나를 업을 때에도 다리로 허리를 감싸게 업은 것이 아니라 다리를 일자로 세워서 서 있는 형태로 업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불편했다. 업힌 사람이나 업는 사람이나 양쪽 모두에게 그리 편안해 보이지 않는 이 노력으로 나의 일자다리는 지금처럼 완성되었단다.


부모님에게서 이 정도의 최선과 노력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사실 조금은 감동을 받았다. 황무지에 내던져진 채로 혼자 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코도 다리도 다 빚어진 것이라고 하니 왜인지 갚아야 할 빚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았다. 고마웠다. 그런데 아빠의 다리를 보니 내 다리와 생김새가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다리의 모양도 유전이 되는가 보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차마 그 말을 입에 올릴 순 없었다. 지금까지 이 일자다리를 만들었다며 그 고생을 했는데, 이 다리도 결국 유전이라고 말한다면 그 허송세월이 밉고 원통스럽지 않겠는가.


나의 다리형태는 내 작은 친구에게까지 유전이 되었는가 보다. 그래서 작은 친구도 올곧고 쭉뻗은 다리를 가지고 있는데, 아침마다 우리집은 또 그의 다리를 쭉쭉 잡아당기고 있다. 어쩌면 유전이 아니라 빚어낸 것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 다리말고 내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