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 같지만 어른스러운 허약체질 발로 서있습니다.
나의 발은 작은 편에 속한다. 길이는 225mm가 맞는데, 발볼 때문에 230-235mm를 왔다 갔다 하기도 해서 요술발 같다.
“으아, 너 왜 이렇게 발이 작아? 전족이냐?”
그 당시 나는 전족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발의 성장을 멈추게 하여 어린아이처럼 작은 발을 유지하게 만들던 악습이었더랬다.
전족의 유행은 일을 할 필요가 없는 부잣집에서 상징적으로 발을 안 써도 된다는 의미도 있다고 하니, 어쩌면 전족은 나랑 인연이 없다.
실제로 이 발을 자세히 보면 또 지나치게 작은 건 아니라, 할인하는 신발을 사려고 보면 언제나 내 사이즈는 품절이곤 한다. 225mm는 수요가 없어서 많이 안 만드는 것 같고, 230mm부터는 찾는 이가 많다 보니 품절이 잘 되는 듯한데, 어찌 보면 내 발사이즈는 굉장히 애매한지도 모르겠다.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그 어딘가에 있는 그런 사이즈?
친구 중 한 명은 나와는 다르게, 발이 280mm나 되었는데, 여자 신발 280mm이 찾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할인가로 나온다면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 좋은 신발을 아주 값싸게 득템 할 수 있었다. 그걸 보며 나의 발도 아주 더 작아버리거나, 아니면 전함처럼 더 커버렸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나 어쨌다나.
하지만 이런 마음이 들었던 게 민망할 정도로, 비루한 내 몸뚱이를 지탱하고 있는 발에 대해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허약한 신체로 태어나 발에 크게 신경을 못써줬는데도 씩씩하게 잘 지내는 발을 보고 있자면, 가난한 집의 장녀가 떠오른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발이 아팠던 적은 딱 한 번 있었는데, 그때는 운전연수를 받던 시절이었다. 엑셀을 밟어야 하는데 발이 삐끗하고 말았다. 다행히(?) 왼발이었다. 운전할 때 오른발로만 컨트롤하라고 해서 양발을 가만히 못 두는 성정을 가진 나는 뭇매 왼발을 꼼지락거리곤 했는데, 아프고 나니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운전을 위한 천운이었을까. 잠자코 있던 왼발 덕분에 수월하게 운전면허를 딸 수 있었다.(웃음)
이제는 발도 나이가 드는 건 속일 수 없는지, 발이 지끈거리는 느낌이 종종 든다. 욕심쟁이 발이라 신발장에 수많은 구두를 쟁여놓고도 어쩔 수 없이 운동화만 신고 있는 요즘, 가끔 멋이라도 부리려고 하면, 발이 어느새 토라져 퉁퉁 붓는다. 삐었을 때도 구두를 신고 절뚝거렸던 나에게 나의 발들은 이제 와서 사춘기티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헉’ 소리 없이 잘 지내다가 ‘악’ 소리 내는 이 모습도 나랑 어찌나 닮았던지.
기본적으로 의견충돌을 싫어하는 나는 좋은 게 좋다. 얼마 전에도 4인분의 만두를 시켰는데 총 11개가 나왔는데, ‘거 참 희한하네’하며 나 빼고 모두에게 나누어주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마지막 칼국수로 입가심을 하려고 보니 면 뒤에 만두 하나가 숨어 있지 않은가. 이런 성격이다 보니 크게 모난 것이 없이 살아왔지만, 속으로는 앓고 있었는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허약한 체질에 문제가 생기더랬다. 내 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에는 잠만 자는데, 이렇게 자는 건 필시 무슨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다들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하루종일 잠만 자는 나는 오히려 잠을 자고 나면 개운하니 아무런 의의가 없다. 어쩌면 이건 힘들었던 발이 비밀회로를 이용하여 나의 뇌에게 발을 쓰지 않게 도와달라고 SOS를 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어제도 낮잠을 6시간을 잤으니 말이다. 덕분에 밤잠은 조금 설치게 되어 새벽기상을 무난히 했으니 좋은 게 좋은 성격의 나는 또 의의가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