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나의 손
나의 손은 조그마하다. 어찌나 자그마한지, 손을 쭉 펴보아도 영락없는 어린아이의 손이다. 부모님의 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노동으로 자글자글 주름살이 가득한데, 가사노동을 전혀 분담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하셨다.
“너는 손에 물 묻히지 마라”
돕고 싶었는데 도우면 안 될 것 같았다. 너 만큼은 손에 물 묻히는 일 없이 키우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지금도 내가 설거지를 하려고 하면 몇 개 안 된다며 본인이 하려고 하시는데 마음이 먹먹하다.
이렇게 가난에 비해 곱디곱게 자란 내 손은 작지만 우락부락한 모양을 지녔다. 초등학교 시절, 손가락 마디마디를 으그러트려 드득드득 소리를 내는 게 어찌나 시원하던지. 그 때문에 나의 손가락은 부모님의 편애에도 불구하고 울퉁불퉁해지고 말았다.
다만 손가락의 굴곡진 인생은 외형이 변한 거로 끝난 게 아니었다. 피아노를 칠 때 도에서 레까지 겨우 닿고 마는 손가락 길이에 손가락을 책망하기도 해 보고, 폴댄스를 할 때마다 폴을 잡는 게 버거워 애꿎은 손가락을 쭉쭉 늘려보기도 했다.
심지어 내 키가 평균키가 되고 만 것이 꼭 이 작은 손때문인 것 같았다. 초등학교 때 나는 이미 성인의 평균 키를 넘었고, 전교에서 2등으로 큰 아이였다. 끼리끼리 논다고 했던가. 전교 1등으로 큰 아이와도 친하게 지냈는데, 우리집에서는 내가 제일 큰 것도 아닌데 여자애가 전봇대처럼 되면 어쩌냐고 걱정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긍휼히 여기셨는지 전봇대는 내가 아니라 내 친구가 되었고, 그녀는 슈퍼모델이 되었다.
손이 컸다면, 키도 컸을까?
슈퍼모델이 된 나를 전혀 상상할 수 없지만 말이다.(웃음)
이제 이 작은 손으로 밥도 하고 일도 하고 빵도 굽는다. 물론 공주님 팔자였던 손이었던지라, 자주 아프긴 한다. 손목이 아파서 체외충격파도 받아 보고, 파라핀치료도 받으며 그럭저럭 버텨내고 있다. 겨울에는 또 어찌나 손끝이 갈라지던지, 0.2mm도 안 되는 작은 크기의 상처가 샴푸질을 하거나 비누칠을 할 때마다 쓰라려서 눈살이 찌푸려지고 만다.
그래도 내 작은 손이 좋다. 나의 작은 친구가 자기 손을 대어 보며 “이제 얼마 안 남았다”며 웃어 보이거나, 조그마한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나면 화려해지는 기분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자꾸 타투를 하고 싶다. 어쩌면 ‘지 인생 지가 꼰’ 나의 손에 상장이라도 새겨 주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