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시작한 지 삼 개월이 지났다. 운동을 하고 그렇게 빠지지 않던 살이 3kg이 빠졌다. 신이 나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운동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 누워있다가 일어날 때도 전신 근육통으로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고 화장실 변기에 앉을 때도 엉덩이 근육통으로 ‘아앗’ 하며 조심스레 앉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지치기 시작했다. 일명 ‘운태기(운동+권태기)’가 찾아온 것이다. 원래 운동을 즐겼던 것도 아니고 힘들기만 한 운동이 달갑지 않았다. 그래도 해야 하니까. 살아야 하니까.
점점 꾀가 늘었다. 날이 흐리면 흐리다고, 몸이 무거우면 무겁다고 슬슬 핑계를 댔다. ‘오늘은 쉬자. 내일 가면 되지.’ 그렇게 미루다 보니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고 일주일을 쉬다 보니 쉬는 것이 관성이 붙어버린다. 더 가기 싫다. 그래서 삼 주를 쉬었다. 운동을 쉬니 몸은 참 편하고 좋았다. 근육통도 사그라들고 무언가 해야만 한다는 강박도 없고 꿀 같은 휴식이었다. 그런데 편한 몸과 다르게 점점 마음은 불편해져만 갔다.
‘병원 검진이 곧 돌아오는데 이대로 운동 쉬어도 될까? 아직 체중은 더 줄어야 하는데.’
달력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앞으로 내과 검진까지 두 달 반이 남았다. 나는 마지못해 운동 가방을 들고 오랜만에 헬스장 출석을 했다.
한 선생님과 3주 만에 수업. 내 몸은 엉망이었던 초기 상태로 ‘리셋’되어 있었다. 나는 처음처럼 다시 매트에서 구르고 뛰며 기초 훈련을 했다. 3주란 시간은 3개월의 훈련을 고스란히 날려 버릴 만큼 긴 시간이었던 거다. 억울한 마음에 선생님께 따져 물었다.
“아니, 3주 쉬었다고 벌주시는 겁니까?”
“회원님, 3개월 운동으로 몸이 바뀌지 않아요. 3주 쉬면 다시 날 것 그 상태로 돌아가고도 남아요. 그래도 한 달 안 넘기고 오셔서 다행이죠. 한 달을 넘기기 시작하면 몸에 약한 부분이 아프기 시작하거든요.”
숨이 턱턱 차오르고 호흡이 가빠진다. 땀방울이 목을 타고 빗줄기처럼 흘렀다. 매트 위에 후드득 떨어지는 땀방울을 보며 나는 다시는 운동을 쉬지 않으리라 입술을 깨물었다. ‘이 놈에 기초 체력 훈련 다시는 하나 봐라.’
운동을 평생 해야 한다면, 이 재미없는 운동에 정을 붙여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나는 운동이 즐겁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냥 일상으로 만들어 보자. 밥을 먹듯이 잠을 자듯이 삶의 일부처럼.’
첫 번째 단계는 나 자신에게 기대하지 않기다. 다시 말해 내가 운동을 좋아할 거라고, 열심히 할 거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야 부담도 덜도 강박도 생기지 않을 거란 계산이었다.
두 번째 단계는 습관으로 만들기였다. 작은 행동을 먼저 해보기로 했다. 미션은 간단했다. 매일 자기 전에 현관에 운동 가방을 놓고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 후에 가장 먼저 운동 가방을 한 번 들었다 놓으면 된다. 꼭 운동까지 갈 필요 없다.
‘일어나서 운동 가방을 들었다 놓는다.’
쉽고 부담이 없는 목표이다 보니 마음도 편하고 수행하기도 좋았다. 현관까지 걸어가서 가방만 들었다 놓으면 되니까! 첫날, 둘째 날 나는 가방만 들고 내려놨다. (물론 운동은 생략했다.)
셋째 날이 되어 가방을 들어 올리는 순간, ‘운동 가볼까?’ 처음으로 마음이 움직였다. 나는 그날 운동하러 갔고 그 뒤로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부터 매일 아침이면 자연스레 운동을 가게 되었다.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동했을 때 가는 거라 훨씬 부담스럽지 않았다.
‘가방 미션’을 수행한 지 한 달 반이 지나면서 운동이 삶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뭐, 운동이 좋아진 건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러워졌다는 것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