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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탐탐 Aug 07. 2022

'공유'를 부탁해.

: 일 할 때 필요한 필수 조건.


에어컨 없이 견디기에는 유독 더운 여름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위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며 7월을 흘려보내고 나니 어느새 8월이 되었다. 8월은 회사에서 새로운 작품이 많이 들어간다. 결국 8월은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글쓰기를 미뤄두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핑계만 찾다가는 글쓰기를 내려놓을 것만 같아 오늘은 더위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며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커피숍에 왔다.


그런데 오랜만에 글쓰기를 하려니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막막하다. 생각날 때마다 끄적거리던 글들을 꺼내 수정해보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하다 문득,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말- '공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요즘 나의 주된 일과는 새로운 작품을 함께할 제작피디를 는 일이다. 함께 일하는 것도 결국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그동안 함께 일했던 친구들은 다른 작품을 하고 있어서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소개를 받아 미팅을 하고 있는데 마음이 맞는 제작피디를 찾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러다 제법 야무져 보이고 열정이 넘쳐 보이는 친구를 만났다. 서로가 처음이기에 한참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그 제작피디가 말했다.


"저는 이전 작품에서 윗사람들이 '공유'를 해주지 않아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함께하게 된다면 제게 '공유'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네!! 저도 일할 때 '공유'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전작품에서도 제작피디님께 '공유'를 부탁드렸었는데 일일이 '보고'하면서 일할수 없다고 하셔서- 힘들었거든요. 저도 피디님께 많이 '공유'할 테니 피디님도 저한테 많이 '공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아! 그리고 저는 저희 두 사람의 '공유'도 중요하지만... 제작팀 막내들도 진행되는 일들을 모두 '공유'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  막내들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요?"

"같은 팀이니까...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알려주면 뭣도 모르면서 아는 척만 늘어요"

"하지만 그 친구들도 앞으로 '제작' 일을 함께 할 친구들이니까...."  

"알려준다고 알까요? 자기 일도 똑바로 못하면서 여기저기 똥만 싸더라고요. 그리고 어차피 똑똑한 애들은 안 알려줘도 알아서 잘하더라고요"

"아, 네........ 그렇군요."




지금까지 미팅했던 제작피디 중 꽤나 마음에 들었던 친구였다. 하지만 본인은 윗사람이 '공유'해주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같이 일하는 친구들에는 '공유'할 필요가 없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생각하는 '공유'에 대한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미팅 끝났어? 어때?"

 친구를 소개해 준 팀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는 고민되는 부분을 털어놓았다.

"나도 같이 일해본 친구는 아니라서... 그 친구 일은 잘한다고 했었는데... 왠지 Z가 생각나네."

"Z요?"


"응. 지금 나랑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군데... 얼마 전에 나한테 퇴근시간 이후에 연락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네?"

"누군 퇴근하고 연락하고 싶니? 근데 우리 일이 그렇잖아. 하루 종일 미팅하고 집에 들어오면 10시. 그런데 내일도 오늘과 다를 게 없을 거라는 아니까 오늘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려고 톡을 남겼는데... 그게 부담스럽다나? 메일 보내고, 메일 보냈다는 톡도 남기지 말래. 매일 확인하는 게 메일인데 왜 굳이 메일을 보냈다는 톡까지 보내냐고!"


"............."

"그런데 그 친구가 그랬어. 이전 회사에서 윗사람들이 자기한테 '공유'를 안 해줘서 힘들었다고.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해 '공유' 해준 건데..."

"그래서 어떡하셨어요?"

"뭘 어떡해! 너를 위해서 '공유'해주는 거였는데 그게 너한테 스트레스면 안 할게-라고 했지"


"어쩌면 윗사람이 '공유'를 안 해준 게 아니고, 본인이 '공유'하지 못하도록 환경을 만들었나 보네요"

"응- 혼자서 하는 일은 정말 잘하는데 계속 같이 일할수 있을지 고민이야. 그런데 그 제작피디 친구도 비슷하지 않을까?"




'공유'를 부탁해.


나는 일을 할 때 '공유'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특히나 가 하고 있는 일이 어디서 어떻게 말들이 오고 갈지 모르는 상황들이 많이 생기고,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불씨가 예상치도 못한 속도와 방향으로 빠르게 퍼지기도 하는데... 이런 과정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그 파장의 한가운 서 있어보기도 했던 터라 때론 조금 귀찮은 '공유'도. 때론 도대체 어디까지 '공유'해야 하는 건지 애매한 '공유'까지도 모두 '공유'한다.

그렇게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는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제작파트인 내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게 '공유'를 부탁한 제작피디도 Z처럼 '공유'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본인이 하고 싶고, 듣고 싶고, 원하는 '공유'가 아니면 그들은 '공유'를 '공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친구들의 공통점은 분명 혼자서 하는 일은 잘한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은 못마땅하게 느낄거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데 계속 욕을 먹는다.

그렇기에 일을 하면 할수록 남 탓, 원망만 늘어간다.

결코 원인을 자신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조언이라도 할라치면 벽부터 친다.

그렇게 그 친구들은 계속 '공유'를 갈구하지만... 계속 '공유'받지 못한다.

본인이 친 벽에 스스로 갇혀있다.


지금 나한테는  아무도 '공유'하려 하지 않을까?

사람과 환경만 원망하고 있는 일을 잘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주면 좋겠다.  

결국 '공유'하며, '공유'를 통해서 배우고 나눌 마음이 없는 건 자신이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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