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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가영 Sep 15. 2024

남도음식문화 특징(1)

한식의 뿌리 '발효음식 김치'

한국은 매년 11월~12월 사이 김장을 한다. 남도김치는 깊은 맛, 감칠맛이 난다라는 평도 있지만 맵고 짜다는 평도 있다. 깊은 맛, 감칠맛은 젓갈에서 오는 거 같고 맵다는 것은 고춧가루보다 말린 고추를 물에 불려 직접 갈기 때문이다. 짜다는 건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지만 대체적으로 묵은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추를 절일 때, 소금의 농도가 좀 더 진해진다. 보통 바로 먹는 김치 따로 묵은지용 따로 담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남도의 김치는 짜지 않다.


나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어머니와 김장을 하게 되었다. 나의 시댁은 여수인데 여수김치는 남도김치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역시나 시어머니 김치는 아삭하면서 진심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깊은 맛이다. 너무 맛있어서 배우고 싶은 마음에 한번 참여하게 되었는데 한 번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 손맛을 배우려면 10년은 걸린다는데, 아직도 멀었네?


시어머니의 손맛 비결에는 특이한 3가지 포인트가 있다. 이 3가지가 깊은 감칠맛을 내는 비결 같은데 내가 따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첫 번째는 배추를 절일 때, 바닷물에 적신 다음 천일염으로 절인다는 것이다. 남도김치는 일조량이 많은 염전에서 1~3년 간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배추를 절여 김치를 담는다. 그런데 바닷물에는 왜 적시는 거지? 생각해 보면,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바닷물이 더럽지 않나? 천일염은 바닷물로 만든 건데 굳이 바닷물을 왜 이용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 시어머니에게 여쭤보았다. 시어머니는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다.”라고만 말씀하셨다. 바닷물이 깨끗해지는 시기가 있는데, 그때 배를 타고 나가 물을 담아 온다고 했다. 난 너무 궁금해서 집에 와 문헌을 조사해 보았다.


한국민속 대백과사전(folkency.nfm.go.kr)에 따르면 ‘소금이 귀한 시절에는 배추를 절인 소금물을 다음 김장을 할 집에서 물려받아 쓰기도 하였고, 바닷가 지역에서는 바닷물에 배추를 절여 김치를 담그기도 하였다. 그리고 바닷물로 배추를 절이면 영양소 파괴가 거의 없고 미네랄이 풍부하며, 식감도 아삭함이 오래 유지된다.’라고 되어있다.


그래, 여수가 바다 근처이기도 하고, 예전에는 소금이 귀한 시절이 있었지. 시댁이 거주하는 곳은 친족들이 모여 살고 있는 집성촌으로 형성되어 있다. 김장시기에는 모든 친족들이 모여서 김치를 담다 보니, 김장문화가 그대로 전승되어 왔을 것이다. 아마도 어머니는 선조들이 해왔던 요리법 그대로 전승받아 본가의 김장문화 전통을 계승하고 계셨던 것이다. 어머니의 아삭함 비결은 배추절임에 바닷물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찹쌀풀을 만드는 과정이다. 사실, ‘감칠맛이 여기서 나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한 방법이다. 보통 찹쌀풀을 만들 때는 물에 찹쌀가루만 넣어서 풀처럼 만들어 놓은 다음, 디포리, 멸치, 다시마, 기타 채소를 넣어서 만든 채수에 고춧가루, 젓갈, 찹쌀풀을 섞어 양념을 만들게 된다. 그런데 시어머니 방식은 채소는 넣지 않고 다시마, 디포리, 멸치만을 넣어서 2시간 이상 끓인다. 그런 다음 채에 물만 거른 곳에 찹쌀을 넣고 끓이셨다. 보기에는 찹쌀죽처럼 보여서 저게 김치에 들어가면 이상하지 않을까? 내가 수업시간에 배울 때는 다시마는 오래 끓이면 맛이 쓰다고 배웠는데, 괜찮을까? 하고 시어머니 방식이 너무 이상해서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양념을 하고 김치를 담고 보니, 나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사실, 다시마, 디포리, 멸치는 감칠맛을 내는 대표적인 식재료이다. 경희대학교 윤혜현 교수가 쓴 푸드 칼럼에 따르면, "다시마의 대표 감칠맛 성분은 아미노산인 글루탐산 나트륨이며, 가다랑어 포, 멸치와 고기(육수)에는 이노신산이 많고, 채소나 버섯류(표고나 송이버섯)에는 구아닐산이 많다. 아미노산 성분인 글루탐산 나트륨과 핵산계인 이노신산 및 구아닐산은 함께 사용하면 상승효과에 의해 증미 효과가 더욱 배가되어 진한 감칠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되어 있다. 1) 아마 시어머니 김치의 감칠맛은 다량의 다시마와 디포리, 멸치를 2시간 이상 끓여서 찹쌀죽을 만들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 번째는 젓갈이다. 시어머니는 생새우를 갈아서 넣으셨고 마지막 간을 맞출 때는 멸치 젓국을 사용하셨다. 새우는 내가 그동안 본 적이 없던 애매한 크기의 새우였는데, 새우 이름을 여쭤보니,‘생새우 작은 거’라고만 말씀을 하셨다. 사실, 이제 궁금할 필요가 없다. 매년 젓갈은 달라진다. 보통 남도에서는 멸치젓, 새우젓, 조기젓, 황석어젓, 갈치젓 등을 이용하는데, 시어머니는 매년 젓갈의 상태를 보시고 판단하시는 듯하다. 


 매년 젓갈도 다르고 들어가는 양념 용량도 즉흥적이어서 내가 과연 10년을 배워도 이 맛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골 친척분들이 모여 김장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과정에 내가 동참하는 자체만으로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이 김장문화는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문화이다. 2013년, 한국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김치가 아닌 김장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김치를 함께 담가 나누어 먹는 것 자체가 이웃 간 나눔의 정신, 가족 간의 결속,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갖는 유대감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시어머니의 맛을 100% 낼 순 없겠지만, 그 손맛은 배워서 나만의 김치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1) https://blog.nongshim.com/1445 [이심전심 N TALK -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농심 블로그]

2) 김치콘텐츠통합플랫폼 https://www.wikim.re.kr/menu.es?mid=a50205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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