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입맛이 변해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에 찾지 않았던 나물의 맛을 알게 되었다.
아직까지 먹어본 나물은 고사리, 콩나물, 시금치, 죽순, 고구마 줄기, 미나리, 취나물, 도라지 정도이다.
산나물 종류가 엄청나서 조금씩 알아가며 먹어 볼 생각이다.
전남은 산이 많아 다양한 산채가 존재한다.
특히, 영암 월출산은 그 웅장한 봉우리만큼이나 다채로운 식생을 자랑한다.
영암은 월출산의 기운을 받아 풍요로운 자연을 품고 있는 고장이다. 이곳의 흙과 바람이 키워낸 다양한 산채 중에서도 유독 특별한 존재가 있다. 바로 지역민들이 '가죽나무순나물'이라 부르는 참죽나무 순이다.
두릅이 채 나오기 전, 쌉쌀하면서도 향긋한 맛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이 나물은 영암의 봄 식탁에 빠질 수 없는 별미가 된다.
월출산의 깊은 골짜기와 비옥한 토양은 참죽나무가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른 봄, 겨울의 냉기를 뚫고 붉은 새순을 틔우는 참죽나무는 영암 사람들에게는 귀한 식재료가 된다.
월출산 자락에서 채취한 참죽나무순은 그 자체로 영암의 자연을 담고 있는 선물과 같다. 갓 데쳐낸 참죽나무순은 쌉쌀한 듯 달큼한 맛과 독특한 향으로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 준다.
영암의 향토 음식 문화에서 산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월출산이라는 천혜의 자연 덕분이다.
‘가죽나무순나물’로 불리는 참죽나무순은 그 역사가 매우 깊다. 신라 시대에 이미 한반도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대구 칠곡 아파트 단지 발굴에서 신라 시대 수중 보(洑)에서 참죽나무가 발견된 것으로 뒷받침된다.
중국에서 불교와 함께 들어온 참죽나무는 특히 사찰에서 귀한 식재료로 활용되었다. 스님들이 면역력 강화와 해독을 위해 즐겨 먹었으며, '진짜 중 나무'라는 뜻의 '진승목(眞僧木)'으로 불렸다는 설도 전해진다.
과거에는 구황작물로도 활용되어 어려운 시기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는 중요한 식량원이 되기도 했다.
《동의보감》에는 참죽나무껍질인 '춘피(椿皮)'가 약재로 기록되어 있어, 예로부터 그 약용 가치를 인정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참죽나무순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영암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소중한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영암에서 참죽나무 순을 즐기는 방법은 다채롭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다. 참죽나무순 특유의 향과 아삭한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또한, 된장 양념에 무쳐내는 나물 무침도 인기이며,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참죽나무순 튀김은 그 맛이 일품이다. 봄철 입맛을 잃기 쉬울 때, 영암의 참죽나무순은 잃었던 활력을 되찾아주는 특별한 보약이 된다. 월출산의 기운을 머금은 이 나물은 영암의 자연과 역사를 오롯이 담아낸 귀한 먹거리이다.
참고문헌
디지털영암문화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가죽나무순나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참죽나무."
허준. 《동의보감》.
최세진. 《훈몽자회》 (1527).
https://www.hotelrestauran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047&utm_source=chatgp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