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두 분의 이모가 계신다.
엄마를 비롯해 두 분 이모도 음식을 잘하신다.
특히, A 이모의 짱뚱어탕은 정말 맛있다.
짱뚱어탕은 추어탕과 비슷한 맛인데, 짱뚱어를 실제 본 적이 없어서 미꾸라지 비슷한 물고기로만 생각했다.
짱뚱어에 대한 글을 쓰려고 자료를 찾아보니, 생김새가 절대 먹고 싶지 않은 물고기이다.
머리 위에 눈이 튀어나와 있고 갯벌에서 지느러미로 튀어 다니는 물고기라니......
짱뚱어의 학명은 Boleophthalmus pectinirostris로 농어목 망둑어과에 속하는 물고기이다. 몸길이는 18cm 정도로 그리 크지 않다. 주로 펄 갯벌이나 기수역(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서식한다.
전라남도 영암, 순천, 신안 등의 갯벌에서 주로 서식하며, 환경에 민감한 지표종으로 청정 갯벌에서만 만날 수 있다. 영암을 비롯한 남해안과 서해안의 청정한 갯벌은 짱뚱어가 살아 숨 쉬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조선시대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짱뚱어를 “눈이 튀어나온 철목어”라 하였다. 영암군 삼호읍, 미암면, 학산면, 시종면 등지의 갯벌은 짱뚱어의 주요 서식지였다.
가장 신기한 점은 이 물고기가 가슴지느러미를 마치 팔처럼 사용해서 갯벌 위를 자유자재로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이 모습이 마치 펄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하여 '갯벌의 무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물이 빠진 갯벌에서는 피부 호흡을 하며 뻘을 헤집고 다니면서 규조류를 먹고 살아간다. 만조가 되면 미리 파놓은 굴속으로 들어가 숨어있다가, 다시 물이 빠지면 나와서 활동을 시작한다.
짱뚱어탕은 영암군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짱뚱어를 통째로 삶아 시래기, 호박, 된장, 마늘, 고춧가루 등을 넣고 푹 끓이면,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이 일품이다. 짱뚱어는 내장에 펄이 들어 있어 쓸개만 빼고 통째로 넣기도 하고, 내장을 모두 제거하기도 한다. 짱뚱어탕 외에도 구이, 회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긴다.
영암 사람들에게 짱뚱어는 뻘밭을 파서 직접 잡아 올리는 갯벌의 보물이자, 집집마다 가마솥에 끓여 먹는 소중한 별미였다. “보리 익을 때 먹으면 개정국과 같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그 영양과 맛이 뛰어나다.
짱뚱어의 맛이 가장 좋은 시기는 초여름부터 초겨울까지다. 특히 가을철에는 겨울잠을 자기 전 영양분을 충분히 비축하기 때문에 가장 맛있다. 짱뚱어는 겨울잠을 자는 특성 때문에 양식이 불가능해서 자연산만 잡을 수 있다. 그래서 더욱 귀하고 소중한 음식이다.
짱뚱어는 소고기보다 단백질이 10배나 많고, 칼슘과 타우린 성분도 풍부하다. 그래서 예로부터 스태미나 음식으로 인기가 높았다. 숙취 해소에도 효과가 좋아 술꾼들이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혈압, 변비, 당뇨병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어 건강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짱뚱어는 갯벌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종이다. 갯벌 표면을 파헤치며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토양을 섞고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유기물을 섭취해 물질순환을 도와주는 환경 정화사 역할도 한다.
이들은 새, 게, 대형 어류들의 소중한 먹이가 되어 먹이망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갯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종이기도 하다. 짱뚱어가 많이 사는 갯벌일수록 생태적으로 건강하다는 뜻이다.
산란기가 되면 짱뚱어는 더욱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수컷이 갯벌 속에 U자형 구덩이를 파고, 그 천장에 알을 매달아 놓는다. 마치 작은 지하 궁전을 짓는 건축가 같다. 이 독특한 번식 행동은 조간대라는 특수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한국 속담에는 "짱둥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말이 있다. 이는 앞장서는 사람을 따라 남들도 덩달아 행동한다는 뜻인데, 짱뚱어의 활발한 움직임이 다른 갯벌 생물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짱뚱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물고기다. 갯벌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수억 년 동안 진화해 온 놀라운 적응력의 결과물이며, 전라도 갯벌 문화의 소중한 유산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연안 개발로 인해 짱뚱어의 서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갯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짱뚱어가 이제는 귀한 손님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함께 갯벌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짱뚱어와 함께 살아온 갯벌 어민들의 지혜와 경험도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의 노력과 관심이 있다면 앞으로도 갯벌에서 짱뚱어가 팔팔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