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품은 과일, 영암 무화과

by 길가영
꽃을 품은 과일, 영암 무화과


우리 엄마는 과일을 참 좋아하신다. 엄마를 찾아뵈러 갈 때마다 제철 과일을 사서 가면, 엄마가 좋아하시겠지?라는 생각에 과일을 사면 나도 기분이 좋다.

엄마는 과일 중에서도 무화과(無花果)를 정말 좋아하시는데 앉은자리에서 몇 개를 순식간에 드실 정도이다.


무화과가 가장 맛있는 지역이 있다. ‘영암군’

영암군은 전라남도에서 무화과 생산량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무화과의 본고장’이다.

전라남도 영암군은 예부터 곡창지대로 이름이 높았고, 월출산의 품 안에 안긴 넓은 평야는 벼농사와 함께 다양한 작물의 가능성을 품은 땅이었다. 영암 무화과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따뜻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 덕분에 당도가 높고 과육이 부드럽다.


무화과는 뽕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의 열매로, 꽃이 과육 안에 숨겨져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꽃을 품은 과일’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무화과는 원래 중동 페르시아 지역이 원산지인 과일이다. 그런데 이 타국의 과일이 언제, 어떻게 들어왔을까?


기록에 따르면, 조선 중종 때 간행된 『식물본초(食物本草)』(1521-67년간)에 꽃 없는 과일로 소개되고 있어 이 무렵 처음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동의보감(東醫寶鑑)』(1613년)에는 ‘맛이 달고 음식을 잘 먹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유중림의 『증보산림경제』에서는 무화과에 해당하는 ‘아라비아감(木花果)’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농업서에서는 무화과를 '영과(映果)'라고도 불렀는데, 이는 그 달콤한 맛이 다른 과일들의 맛을 뛰어넘는다는 의미였다. 영암의 무화과는 특히 당도가 높고 육질이 부드러워 궁중에까지 진상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무화과는 영암 음식문화에서 외래와 토착의 융합을 상징한다. 남도는 예로부터 외부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만의 색으로 재창조해왔다. 마한 시대, 영암 시종면은 서남해의 해양 교통로 중심지였다.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드러난 시종 고분군은 당시 영암이 중국, 일본과 활발히 교류했음을 보여준다. 무화과 역시 이러한 교류의 연장선에서 영암에 뿌리내렸다.


영암 지역에는 무화과와 관련된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월출산에 사는 한 도사가 불로장생의 비밀을 찾다가 발견한 신비한 과일이 바로 무화과였다는 이야기이다. 꽃을 피우지 않고도 달콤한 열매를 맺는 무화과의 신비로운 특성이 이런 전설을 낳게 했다.


또한 영암의 농가에서는 무화과나무를 집 앞마당에 심으면 가정에 복이 온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는 무화과나무가 비교적 관리가 쉽고 매년 풍성한 수확을 보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암의 많은 전통 가옥에서는 마당 한편에 무화과나무가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암 무화과의 성장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1970년대 초, 삼호읍 초대 농협 조합장 박부길이 재배 기술을 도입하며 본격적인 무화과 산업의 문을 열었다.


영암 삼호읍과 덕진면 일대는 기후가 따뜻하고 해풍이 적절히 드는 지역으로, 무화과 재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초기엔 몇몇 귀농인들과 시범농가에서 소규모로 시작된 무화과 재배가 시간이 지나며 지역 농가의 안정적 소득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특히 농촌진흥청의 품종 개발과 기술 지원, 그리고 ‘영암 무화과연구회’ 같은 지역 농업조직의 활동이 맞물리며, 무화과는 이제 영암을 대표하는 작물이자 ‘달콤한 특산물’로 인식되었다.


1990년대에는 표피가 얇고 저장이 어려운 특성 때문에 재배 면적이 일시적으로 급감했으나, 이후 저장기술의 발전과 유통구조의 개선으로 재배면적이 다시 확대됐다. 2010년대에는 전국 90여 농산물 공판장에서 영암 무화과가 경매될 정도로 그 명성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무화과 산업특구’로 지정되어, 무화과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과 체험 프로그램, 축제 등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영암무화과축제는 제철 무화과의 신선함을 직접 맛보고, 무화과잼, 건무화과, 무화과 양갱 등 다양한 음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로 자리 잡았다.



참고문헌

《동국문헌비고》, 조선 시대, 한국학중앙연구원, 1770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무화과”, 한국학중앙연구원, 1995년.

문화재청, 《영암 시종 고분군 발굴 보고서》, 2019년.

농촌진흥청, 『무화과 재배 매뉴얼』, 2019.

영암군청, 『영암 무화과 산업 현황 보고서』, 2022.

조선후기 유중림 저, 『증보산림경제』, 동문선, 2004.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역특화작목의 6차 산업화 전략』, 2021.

영암군청, 《영암 무화과 생산 통계》, 2023년.

영암문화원, 『영암의 역사와 문화』 - 지역 문화사 관련

영암군청 공식 홈페이지 (www.yeongam.go.kr) - 특산품 및 지역 현황

디지털영암문화대전 홈페이지 https://yeongam.grandculture.net/yeongam/toc/GC04401200

이전 01화숭어알이 만든 남도의 진미, 영암 어란이야기